셜존마/중편/양들의침묵AU

 

 "왓슨, 홈즈 국장이 찾네."
 "알겠습니다."

 

 오늘도 재활훈련을 하느라 땀에 흠뻑 젖은 존 왓슨에게 그의 담당 의사가 다가와 말했다. 그는 곧바로 땀을 닦고 위층의 행동 과학 연구소로 향했다.
 존 왓슨은 아프간 귀환병이다. 실력있는 의사를 양성하기로 유명한 영국의 바르톨로뮤 의학 대학을 졸업하고 군의관으로서 제 5 노섬벌랜드 퓨질리어 연대 소속으로 복무했다. 직업 군인으로의 활동도 고려할 정도로 우수한 경력을 쌓아가던 존 왓슨이 현재 병원의 재활 시설 내에서 재활 훈련이나 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은 그가 겪은 마지막 전투에서 얻은 부상 때문이었다. 당시에 그가 입은 부상은 매우 심했던 터라 팔이 괴사 직전까지 몰렸으나 다행히도 적합한 후속 조치가 취해졌던 터라 팔은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돌아왔다. 그랬던지라 군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아 현재는 국립 경찰청의 행동 과학 부서의 견습 요원으로 스카웃될 수 있었다.
 다만 현재까지도 문제가 되는 바는 트라우마 때문에 유발된 림프관의 이상이었다. 가만히 서 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걸을 때, 그리고 특히 뛸 때는 다리에 무리가 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존은 수시로 재활 센터에 들러 따로 재활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사실 신체적인 재활을 한다고 트라우마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존은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훈련에 열심이었다.
 존은 앳된 얼굴의 훈련생들을 지나쳐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앞으로 국가 기밀과 관련된 업무를 맡게 될 건장한 체격의 청년들이 엘리베이터에 가득했지만 최상층까지 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홀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그를 소환한 '마이크로프트 홈즈'의 사무실로 향했다. 보안은 철저하여 무려 다섯 개의 비서실을 거친 후에야 그의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했으나 마이크로프트 홈즈는 보이지 않고, 그 휘하의 차관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심각하게 무언가 논의하고 있다가 방에 들어온 존을 발견하고 물었다.

 

 "홈즈 국장을 뵈러 왔나?"
 "그렇습니다."
 "금방 오실 거야. 우린 이만 나가보지."

 

 남자들은 그 말대로 바로 방을 나갔다. 존은 국장을 기다리며 방 안을 슬쩍 둘러보았다. 방 안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그 주인을 상징하듯 고급스럽기 그지없었으나 벽의 한 면만은 수십 장의 사진이 덕지덕지 붙어있어 지저분하게 느껴진다. 사진의 주인공은 통칭 '와일드 차일드'와 그의 피해자들이다.
 한참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인기척이 나서 옆을 돌아보았다.

 

 "왓슨. 존 H. 어서 오게."
 "안녕하십니까."
 "급하게 불러서 미안하네."

 

 마이크로프트 홈즈는 매우 장신이다. 말랐지만 수트가 불쌍하게 헐렁일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고급 수트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나 마찬가지였고, 그의 제 2의 살갗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그에게 잘 어울렸다. 그는 베스트에서 체인이 달린 회중시계를 꺼내어 시간을 확인하며 존에게 양해를 구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렇게 빈틈이 없으면서도 사려깊은 모습을 보면 과거의 고풍스런 댄디 신사가 연상되었다.
 그는 우아하게 걸어 자신의 책상으로 다가가며 존을 향해 살짝 앉으라는 듯 손짓을 했다. 역시나 흠 잡을 데 없이 간결하고 거역할 수 없는 동작이다. 존은 일순 입을 뻐끔거리다 뒤쪽의 의자를 끌어와 마이크로프트와 마주보고 앉았다.

 

 "잘 하고 있다더군. 적응도 빠르고."
 "그렇게 여겨주신다니 다행입니다."

 

 의자에 앉은 존에게 살짝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이며 마이크로프트가 말했다.

 

 "자네가 해줄 일이 있네. 일보다는 심부름에 가깝지만."

 

 그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내 세미나에서 본 기억이 나는군. 맞나?"

 

 정말로 물어보는 것이라기보단 확인에 가까운 질문이었다.

 

 "그렇습니다."
 "부전공생 치고는 수준 높은 질문과 이해력, 그리고...레포트도 훌륭했던 기억이 나. A를 줬던가?"
 "A-였습니다."

 

 그는 미소짓고는 서류철을 피며 말했다.

 

 "바르톨로뮤 의학 대학 외과 전공, 행동 심리학 부전공. 차석 졸업이라. 라이징거 클리닉에서 인턴을 했었고, 그 후로 아프간 전쟁에 파견되었군. 팔에 부상으로 의가사 제대를 했고. 당시 희망 진로 사항을 참고하자면 졸업 후 나와 행동 과학을 연구하고 싶었다고 쓰여있는데."

 

 존은 멋적었는지 손을 깍지 낀 채 몇 번 움직이다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마이크로프트는 존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른 서류철을 꺼내어들었다.

 

 "현재 자네에게 돌아갈 업무는 수감 중인 연쇄살인범들을 인터뷰하는 일이야. 미해결 사건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네. 아직까지는 대부분 협조적이네만,-자넨 겁이 많은 편인가? 아니...전직 군인에게 이런 걸 물어보는게 우습군."

 

 존은 그저 웃어보였다. 마이크로프트는 그를 흘끔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협조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인물을 한번 만나봐 주게."
 "그게 누구죠?"
 "전직 자문 탐정이자 자문 범죄가였던 셜록 홈즈네."
 "아..."

 

 순간적으로 '미친 탐정(Mad detective)'이란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 했지만 정신을 차린 존은 자제력을 발휘하여 단순한 감탄사만 뱉어내는 데 성공했다.
 미친 탐정 셜록 홈즈는 마이크로프트 홈즈의 친동생으로, 소시오패스를 넘어 사이코패스 진단을 받은 이중인격자였다. 마이크로프트 못지 않은 뛰어난 지능과, 마이크로프트에게는 결여되어 있는 활발한 행동력으로 한 때 신문과 인터넷에서까지 이름이 오르내렸던 유명한 탐정이었으나, 자신이 만들어낸 범죄를 자신이 해결해낸다는 것이 발각되면서 친형의 손에 검거되었다. 그 탓에 영국 정보부의 수장직이자 영국 정부의 대표격이던 마이크로프트 홈즈의 직위는 겨우 국립 경찰청의 행동 과학 부서의 국장으로 강등되고 말았으나, 셜록 홈즈가 저지른 일의 경중을 생각해보면 그나마도 다행인 일이었다.
 마이크로프트는 존이 그의 눈치를 보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입을 열 가능성은 없지만, 최소한 노력은 해봐야지."

 

 어쩐지 목소리에 힘이 빠진 듯한 그를 존은 약간의 연민을 가지고 쳐다보았다. 마이크로프트는 다시금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협조를 하지 않는다면 감옥이나, 수감자의 상태라도 보고하도록. 혹시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무슨 그림인지, 여하튼 모든 것을 말이야."

 

 그는 미리 준비를 해두었는지, 서랍을 열고 밀봉된 서류 한 뭉치를 꺼내어 존에게 건넸다.

 

 "이건 셜록 홈즈에 관한 서류일세. 그리고 질문서와 특별 신분증이야. 수요일 오후 8시까지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존은 서류를 챙겨가다 말고, 마이크로프트를 돌아보았다.

 

 "죄송한 질문이지만, 왜 서두르시는 겁니까? 그가 수감된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닌데요. 저기-"

 

 존은 벽면에 가득 붙어있는 사진을 슬쩍 눈짓하며 말했다.

 

 "'와일드 차일드'와 관계가 있는 겁니까?"
 "그러길 바라야지. 각별히 신경을 써주길 바라네, 왓슨."
 "알겠습니다."
 "일급 요주의 인물이야. 수용소의 라일리 박사가 행동 지침을 알려주면 반드시 그대로 따라야 하네."

 

 불쾌한 여자지만 말이야-라고 언뜻 마이크로프트가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사적인 이야기는 금물. 그가 누구인지 명심하게. 본인의 임무에만 충실하도록."
 "그에 대해 점점 궁금해지는군요."

 

*

 

 "그는 괴물이예요. 미치광이."

 

 자기 딴에는 소시오패스라고 주장하는 모양이지만 말예요, 라고 키티 라일리 박사가 말했다. 가슴팍을 지나치게 풀어헤치고 자기 나이가 몇인지 망각한 듯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여자였다. 그녀는 특유의 졸린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살아있는 연구자료로는 대단히 희귀한 경우죠."

 

 존은 언제나 이 지루한 절차가 끝날까 싶어 방 안을 둘러보고 있는데, 그녀가 지나치게 활짝 웃으며 존에게 말했다.

 

 "호호, 이 삭막한 수용소에 이렇게 매력적인 분이 방문한 건 처음이군요. 이왕 여기까지 오셨으니 하룻밤 묵어가시는 것도...?"

 

 노골적으로 그를 유혹하는 라일리 박사에게 존이 곤란한 듯 웃으며-그러나 너무 거절하는 기색이 비치지 않도록 주의하며-말했다.

 

 "정말이지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군요. 다만, 결과를 오늘 오후까지 보고해야 합니다."

 

 그녀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빨리 끝내죠."

 

*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그의 앞을 인도하며 말했다.

 

 "표준 테스트로는 그 사람을 연구할 수가 없어요.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 그는 저를 원수 보듯 한다니까요."

 

 라일리 박사가 지하로 통하는 계단 문을 열며 말했다.

 

 "당신이 와서 다행이예요."
 "무슨 뜻이죠?"
 "글쎄,...멋지고 매력적인 남성이니까."

 미친 탐정, 그는 연쇄살인마에다가 호모이기까지 한 것이다. 존은 속으로 혀를 찼다.

 

 "남자 구경한 지 하도 오래돼서 입맛에 맞을 겁니다. 말하자면요."
 "챠밍스쿨을 졸업한 게 아니라서 다행이군요."
 "그래요. 아까 말해준 규칙을 절대 잊지 마세요."

 

 그녀는 한 번 더 반복했다.

 

 "절대 창에 다가가지 마세요. 종이 외의 필기구를 줘선 안되고, 스테이플러, 클립도 물론이예요. 무언가를 전달할 때는 반드시 배식 창구를 이용하세요. 뭘 주더라도 받지 말아요. 이해하셨어요?"
 "이해했습니다."
 "이런 규칙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답니다. 2008년 7월 8일, 가슴 통증을 호소해서 의무실로 옮겨서 마우스피스를 벗겼더니 간호사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놨어요."

 

 라일리 박사는 심한 상처를 입어 성형을 해도 원상복귀가 불가능하게 된 끔찍한 여자의 얼굴 사진을 품에서 꺼내 내밀었다. 그녀는 존이 셜록 홈즈에 대한 선입견을 갖도록 만들고 싶은 듯, 어딘지 악의적인 의도가 가득해보였다. 사진을 받아들고 꼼꼼히 살펴보면서도 존은 동요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어찌어찌 턱을 교정하고 눈 하나는 치료했지만 간호사의 혀를 찢어낼 때도 맥박이 85를 넘지 않았어요."

 

 그녀는 사진을 다시 받아들고는 말했다.

 

 "여기 수감시켜 놓았어요."

 

 따라가려는 작정인지 그녀가 안으로 발걸음을 들였다. 존이 황급히 말했다.

 

 "라일리 박사님, 셜록 홈즈가 선생님께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혼자 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녀는 다소 불쾌한 듯 말했다.

 

 "사무실에서 미리 얘기하셨으면 좋았을 뻔 했네요."

 

 존은 환심을 사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여기까지 안내받을 기회를 잃어버렸겠죠."

 

 그녀는 불쾌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 듯 싶었지만 일단은 웃어보였다. 그녀는 그의 뒤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간수를 향해 말했다.

 

 "끝나면 밖으로 모셔."

 

 그녀는 지시를 마치고 곧바로 위층으로 다시 올라갔다. 박사의 지시를 받은 반백의 중년이 인사했다. 그녀를 수감실 복도 쪽으로 안내했다.

 

 "안녕하세요. 그렉 레스트레이드라고 합니다. 창에서 거리를 두시는 건 들으셨을거라 믿습니다."

 

 존은 박사보다 호감이 가는 인상의 남자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존 왓슨입니다."
 "반갑습니다. 외투는 여기에 거세요."
 "네, 고마워요."

 

 그는 복도로 통하는 잠긴 문을 열고 존을 들여보내준 후 말했다.

 

 "쭉 가시다 마지막의 오른쪽 방입니다."

 

 창살문이 닫히는 소리가 묘하게 크게 울려 흠칫 한 존은 레스트레이드를 쳐다보았다.

 

 "의자를 준비해두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약간 긴장한 존에게 레스트레이드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었다.

 

 "제가 보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수감실의 통로가 열렸다. 한 쪽 벽은 견고한 벽돌로 꽉 짜여 있었고, 다른 쪽에는 수감실이 연이어 놓여 있는 구조였다. 쭉 걸어가면서 존은 다른 죄수들을 관찰했다. 동공이 풀린 채로 실실 웃는 남자, 우울하게 웅크리고 있는 남자를 거치자 다음 방에서는 쥐새끼처럼 생긴 남자가 그를 발견하고 창살에 매달려 헥헥댔다.

 

 "계집 냄새가 난다..."

 

 천박한 말을 하는 남자를 외면하고 계속 걸어갔다.
 바로 다음 방에서 한 남자가 똑바른 자세로 선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

 

 창백한 얼굴에 검은 곱슬머리의 남자. 셜록 홈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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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존짐/중편/파이트클럽AU

 

 나는 서류실에서 이제부터 벌어질 범죄의 계획서, 그리고 각종 사전 조사 자료 뭉치를 들고 근처의 경시청으로 향했다. 차마 레스트레이드에겐 이런 일을 알릴 수가 없었다. 나는 내 말을 주의깊게 듣는 몇몇 경감들에게 짐 모리어티의 범죄와 그 구상을 자세히 설명했다.
 설명을 다 들은 경감들은 조용했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다. 차라리 내가 미친 정신병자라는 생각을 해주어, 나를 감옥에 가둬버리기를 바랐다.
 눈빛으로 의논을 마친 듯 한 경감이 입을 열었다.

 

 "존경합니다."

 

 뭐라고...?

 

 "당신은 위대해요."
 "천재적이예요."
 "당신이 말했죠. '작전을 방해하면 누구든 거세하라'라고요. 심지어 당신도 포함해서."
 "그리고 당신은 '내가 딴 말 해도 동요하지 말라'라고도 하셨죠."

 

 나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하필 여기는 좁은 방이다.

 

 "지금 큰 실수 하는 거야."

 

 경감 한 명이 웃으며 다가온다.

 

 "그 말도 할 거라고 하셨소."
 "난 짐 모리어티가 아니라고!"
 "그 말도 할 거라고 하셨지."

 

 어쩔 수가 없다.

 

 "그래, 난 짐 모리어티다. 명령이니 물러서."
 "그 말도 할 거라고 하셨어."

 

 그들은 위협적인 기세로 다가와 내 사지를 잡는다. 세 명이나 되는 근육질의 남자들에게 손 쓸 틈도 없이 잡혀버리고야 만 나는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미쳤어? 당신들은 경찰이야!"

 

 그때 타이밍 좋게도 방문이 열렸다. 레스트레이드다. 그는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셜록?"

 

 나는 그 기회를 틈타 경감들에게서 벗어났다. 벗어나면서 한 명에게서 총을 빼앗은 후 그들에게 겨누며 위협했다.

 

 "바닥에 엎드려!"

 

 레스트레이드만 제외하고, 나머지 경감들은 내 눈치를 보며 느릿느릿 엎드렸다. 레스트레이드는 내가 또 뭔가 장난질을 치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눈치였다. 사실 그렇게 생각해 주는 편이 낫긴 했다.

 

 "이 문을 나오는 사람은 벌집이 될 줄 알아!"

 

 그렇게 소리치고 나는 책상 위에 펼쳐진 자료들을 황급히 챙겨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

 

 난 뛰었다. 다리가 후들대고 심장이 터질 지경이 되도록 뛰었다. 그렇게 계속 뛰었다.
 그렇게 뛰다 보니 낯익은 거리가 보였다.
 여긴, 짐 모리어티가 오늘 밤에 폭파하기로 마음억은 건물 들 중 하나가 위치한 거리다. 폭파 예정인 건물은 여러 개지만 이것이 작전 본부 비슷한 곳임을 알고 있는 나는 건물로 달려갔다.
 가까이 달려가서 나는 안을 보았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인지 건물 안에는 쥐새끼 한 마리도 없었다. 잠긴 건물의 입구를 열려고 용을 쓰는 중에 뒤에서 갑작스럽게 목소리가 들렸다.

 

 "뭐하는 거야, 셜록? 너 지금 미친 놈 같아 보여."

 

 사실 그야말로 미친 놈처럼 보였다. 영국 왕실의 기보인 녹주석 보관에, 고풍스러운 흰색 모피, 그리고 왕홀을 들고 당당하게 서 있었으니 말이다. 모조품을 들고 자랑하는 것은 그의 성미에는 맞지 않는 일이니, 분명 박물관의 전시장에서 진품을 훔친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침착하게 그에게 말했다.

 

 "난 네 음모를 다 알아."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따라와! 구경시켜 줄게. 로얄석으로 모시지!"

 

 크게 하하하하 웃으며 나를 비웃는 그는 어느새 잠긴 문 건너편에서 나를 비웃고 있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에게 총을 발사했다. 방탄 처리가 덜 된 문은 깨졌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마치 원래 없었던 것처럼.
 덜 깨진 유리를 다 깨내고 안으로 들어가서 아까 봤던 자료들 중 하나에 있던 건물 설계도를 떠올리고 차고 쪽으로 향했다. 차고 쪽으로 들어가자 차가 한 대 보였고, 그 뒷 트렁크를 열자, 폭발물질이 가득 들어있었다.
 폭발 물질과 연결된 뇌관의 끝은 한 철제 상자로 집결이 되어있다. 분명 이것이 폭파의 구심점이리라. 나는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예상과 한 치도 다를 바가 없는, 시한 폭탄 장치다.
 나는 중얼거렸다.

 

 "맙소사."
 "도착했군, 너랑 나 말야. 이제 어쩔 거야?"

 

 뒤에서는 짐의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야지."

 

 그가 전혀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왜? 네 걸작품인데."
 "아냐, 막아야 해."

 

 내가 철제 상자 안의 전선과 장치들을 잘 살피는 동안 그가 주절거렸다.

 

 "너도 알다시피, 폭탄이 설치된 건물은 열 개야."

 

 나는 표정을 차갑게 굳히고 그를 향해 말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그 건물엔 내 군대밖에 없어. 아무도 안 죽는다구."
 "그동안 네 '군대'에 죽은 사람이 한 명 이상이라는데 내 목숨을 걸지."

 

 그는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생각하다가 'Whatever,'이라며 말했다.

 

 "큰 일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이야."

 

 나는 그에게서 고개를 돌려 다시 폭탄을 바라보며 말했다.

 

 "넌 존재하지 않아."

 

 폭탄을 분석하는 절차는 성과가 없다. 난관에 부딪친 나를 조롱하듯 그가 특유의 높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어떤 선이 맞는지 나는 알지."
 "네가 안다면, 나도 알겠지."

 

 폭탄을 해제하기 위해 이 곳 저 곳 살피는데 그가 갑작스럽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내가 일부러 착각하면 어떻게 될까?"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배선의 흐름을 살피는데 집중했다. 내가 한 선에 시선을 두자 그가 말했다.

 

 "그거라고 생각해?"

 

 내가 녹색 선을 쥐자 그가 빙글거리며 말한다.

 

 "녹색은 아닐걸? 딴 줄을 당겨보라구."

 

 나는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끼며, 그의 말을 무시하고 녹색 선을 뽑았다.
 시한 장치는 멈추었다.
 그도 그것을 알아차린듯,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하지 말랬지!"

 

 젠장할, 이라고 그는 욕했다.
 나는 그에게 내가 들고 있는 총을 겨누며 말했다.

 

 "차에서 물러서."

 

 그는 차 문을 닫고 꽂혀있던 자동차 열쇠를 부러뜨려버렸다.

 

 "농담하는 거 아냐. 차에서 물러서!"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빌어먹을!"

 

 나는 총을 발사했다. 그의 귀 옆으로 총알이 비껴갔다.

 

 "우왁! 워우!"

 

 그는 진짜로 깜짝 놀란 기색이다. 그는 화난 기색으로 말했다.

 

 "이봐, 넌 바로 네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어! 그것도 400갤런의 폭약 앞에서 말야!"

 

 뚜벅뚜벅 걸어오는 그의 심장을 겨누고 총을 쏘았다. 그러나 마치 허공에 대고 쏜 듯 그는 아무런 상처도 없다. 나는 급격히 무서워지기 시작해 뛰기 시작했다. 그는 흥얼거리며 왕관과 모피 망토를 벗고 왕홀만을 든 채 여유로운 걸음으로 나를 천천히 따라왔다. 그는 덫으로 먹잇감을 모는 사냥개처럼 나를 몰아간다. 그리고 그에게 따라잡힌 나는 그의 왕홀로 세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기절하고 말았다.

 

*

 

 "3분 남았다~곧 폭발할 거야!"

 

 총구가 입 속에 들이밀어진 채다.

 

 "기대하시라~!"

 

 여기서부터였던 것 같다.

 

 "끝으로 한 말씀 해야지?"

 

 그는 웅얼거리는 내 입에서 총을 뺀다. 나는 말했다.

 

 "아직도 생각이 안 나."

 

 흠, 하고 그가 말하며 전면 유리창 쪽으로 다가간다.

 

 "정말 짜릿해...2분 30초. 우린 큰 일을 한 거야."

 

 그가 다시 내 쪽으로 돌아와서 얼얼한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제 신용 사회가 무너지는 꼴을 우리 눈으로 보게 될 거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가 묶인 채 앉아있는 회전 의자를 전면 유리창 쪽으로 세게 밀었다. 유리창과 충돌한 충격에 신음하는 나에게 창 밖의 어떤 것이 보였다.

 

 "그가 여기 왜 온 거지?"

 

 존이었다. 대체 어쩌자고, 아니 어떻게 여기에 온 거란 말인가?
 짐이 웃으면서, 당연한 것 아니냐는 투로 말했다.

 

 "마무리해야지. 우리의 마지막 문제."

 

 그는 나를 찾는 기색으로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주변에는 짐의 부하들로 보이는 몇 사람이 있고, 주변의 저층 건물 옥상에는 스나이퍼 몇몇이 포진해 있다.

 

 "이러지 마."
 "날 원망하지 마, 네가 원하는 거잖아."
 "난 원치 않아."
 "그래, 맞아. 넌 필요 없어. 널 지워야 한다고. 늘 오락거리가 필요했고, 그동안은 네가 내 오락 상대였는데 이젠 그것도 아니지. 내가 널 이겼어. 그리고 이거 알아? 끝에 가서는 쉬웠어. 너무~쉬웠다고. 이제 난 널 없애고 다시 돌아가서 평범한 사람들이랑 놀 거야. 너도 이제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이 평범해졌어."

 

 그는 키득키득거렸다.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

 

 "내가 진짜인지 궁금하기 시작했었지? 너무 정곡을 찔렀나? 리처드 브룩은 독일어로 라이펜바흐야. 아나그램이지. 만일을 대비해서...아니, 그냥 재미 좀 보려고 만들었지."

 

 그때 무언가가 생각났다.

 

 "키 코드."
 "그 얘길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거야? 101000말야? 그 숫자들에는 의미 따윈 없다고! 너 진짜로 그 컴퓨터 코드 몇줄 가지고 세상의 모든 곳을 뚫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이건 정말 실망인데. 평범한 셜록이잖아."

 "그럼 어떻게 이 모든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던 거지?"
 "그건 그냥 참가자들만 있으면 돼."

 

 나는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난 네가 그 함정에 빠질 줄 알았어. 그게 네 약점이야. 넌 항상 모든 것에 똑똑해보이려고 하잖아."

 

 명백히, 그는 나를 비웃고 있었다.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넌 내 환각일 뿐이야."
 "네가 환각이야."
 "왜 내가 널 없애지 못하지?"
 "날 원하니까!"
 "이젠 원치 않아."
 "있잖아, 날 만든 건 바로 너였어!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지."
 "그래, 이 모든 건 내 책임이야, 인정해. 그러니 이제 이러지 마. 존을 죽이지 말라고."
 "날 못 믿는 거야?"

 

 그가 또다시 버럭 화를 내었다.

 

 "내 덕에 넌 사람 됐어!"

 

 그는 또다시 스스로를 진정시킨 후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게 다 맡겨봐. 늘 그랬듯이, 지금은 반항해도 나중엔 감사하게 될 거야."

 

 나는 힘이 풀린 다리로 억지로 회전 의자를 밀며 그 쪽으로 갔다.

 

 "짐, 짐. 네가 해준 것 모두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야."
 "네가 원하는 게 뭔데? 예전처럼 지루한 약물중독자로 지내는 거? 그냥 살아 있는 거? 그런 따분한 건 내가 용납 못해."
 "제발, 이래서는 안되."
 "늦었어. 입 닥쳐."

 

 그는 시계를 보더니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우리 이제 게임 끝내볼까? 마지막으로 하나만 하자."
 "해? 뭘?"
 "자살말이야. 너의 자살. 헤드라인이 상상이 가지 않아? '천재 탐정이 사기꾼으로 밝혀지다'."

 

 그는 멋있지 않느냐며 나에게 동의를 구한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자, 그는 내게 말했다.

 

 "있지, 머리 굴리지 말고, 그냥 자살해버려. 그게 더 편하잖아."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구슬렸다.

 

 "얼른. 나를 위해서."

 

 내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만 있자 그가 말했다.

 

 "좋아. 내가 좀 더 동기부여를 해주지. 일단, 너에겐 내가 명령을 중지하도록 만들 방법은 없어. 게다가 말이지, 자살 안하면,-"

 

 짐은 악독한 미소를 지었다.

 

 "-네 애완 병아리가 죽어."

 

 나는 퍼뜩 대답했다.

 

 "존?"
 "그래. 이제 멈출 수 없어. 네가 자살하지 않는 한."
 "난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맞겠지."
 "당연하지. 그러려고 하는 건데."

 

 그는 유리창 밖을 슬쩍 내다보더니 말했다.

 

 "자, 얼른. 네가 죽기만 하면 저 총잡이들은 다 철수할 거야."
 "잠깐만 시간을 주겠어? 개인적으로 잠깐만."

 

 나는 짐에게 말했다.

 

 "부탁이야."

 

 그는 마지못한 듯 대답했다.

 

 "그래."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정신 차려야 해. 이건 허상이야. 넌 가짜야, 그 총도 네가 든 게 아냐-내가 든 거라고."

 

 그리고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니, 과연 내 손에 총이 들려 있었다. 짐은 이채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내가 천사의 편에 서 있을 수도 있지."
 "..."
 "하지만 절대로, 내가 그들과 같다고 생각하지는 마."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아니지."

 

 그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러네."

 

 그는 또박또박 말했다.

 

 "넌, 평범하지 않아."
 "그래."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내 자신의 턱 밑에 총구를 갖다댔다. 짐이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왜 네 머리에 총을 겨눴지?"

 

 내가 말했다.

 

 "내 머리가 아냐. 우리 머리지."

 

 짐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군."

 

 그리고 그는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그래서 어쩌시려고?"

 

 나는 총의 노리쇠를 당겼다. 딸깍 하는 소리가 턱 밑에서 울린다. 짐은 내 모습을 팔짱을 끼고 응시한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셜록, 넌 나야."

 

 나는 몸을 일으켰다.

 

 "나라고."

 

 그러니까 나는 의자에 묶이지 않았던 것이다.
 짐은 일어선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총을 잡지 않은 손으로 그의 손을 잡고 악수했다.

 

 "짐. 내 말 똑똑히 들어."

 

 내 목소리는 약간 떨린다. 그의 목소리도 약간 떨리는 성 싶다.

 

 "좋아."
 "난 눈을 떴어."

 

 망설임없이, 나는 총구를 입 안으로 집어넣고 방아쇠를 당겼다. 반동으로 몸이 뒤쪽으로 튕겨나간다. 입가에서 피가 줄줄 흐른다. 힘없는 몸으로 의자에 풀썩 주저않은 나는 짐을 올려다보았다.
 짐은, 짐의 입에서는-화약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다.

 

 "이게, 무슨, 냄새야?"

 

 죽기 전 마지막 말이라곤 생각지 못 할 정도로 맥 빠지는 말을 뱉어낸 뒤, 그는 뒤통수가 총상으로 엉망이 된 것을 내보이며 쓰러졌다.

 

*

 

 나는 회전의자에 앉아있다. 이제 내 눈 앞에 그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나 혼자만 남았다. 저편에서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듯 벨소리가 들린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내린 사람은 '군대'의 조무래기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다. 무언지 모를 물건을 페이퍼백에 가득 담은 채 이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다들 어딨지?"
 "어떻게 된 거야?"

 

 성큼성큼 다가오던 그들은 내가 피를 줄줄 흘리며 의자에 힘 없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던지고 달려왔다.

 

 "모리아티님!"
 "오, 맙소사."

 

 나는 피가 흘러나오는 부분을 손으로 꽉 막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이 나에게 물었다.

 

 "모리어티님, 괜찮으십니까?"

 

 피거품이 목구멍에 걸려 그르륵 대는 소리로 나는 대답했다.

 

 "응, 괜찮아."
 "어떻게 된 거예요?"
 "별 일 아냐."
 "아니긴요, 엉망인데요. 병원에 당장 가셔야 해요."
 "괜찮대두. 난 아무 이상 없어."

 

 말하면서 무심코 손을 내리자 상처 부위를 본 부하들 중 한 명이 얼굴을 찌푸린다. 계속해서 괜찮다는 것을 그들에게 확신시키는 와중에 계단 편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놔!"

 

 무작정 끌고 오는 것인지 다리가 계단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겁도 없는지 부하들에게 살살 좀 끌고 가라며 소리치고 있다. 내가 말했다.

 

 "그를 놔줘."

 

 그는 몸의 균형을 바로잡은 후 나를 보고는 말했다.

 

 "너!"
 "안녕, 존."

 

 존을 나를 보고 할 말을 잃은 듯 잠시간 나를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이 남자 놔두고 내려가 있어."
 "괜찮겠어요?"
 "그래, 염려 마."

 

 부하들이 슬슬 움직이자 존도 정신을 차린 듯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개자식! 대체 무슨 장난질이야?"

 

 그렇게 다가온 그는 달빛에 비친 내 피범벅이 된 얼굴을 그제야 보고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오, 이런, 얼굴 좀 봐."
 "나도 알아."
 "어떻게 된 거야?"
 "묻지마."
 "총에 맞았군."
 "그래, 맞았어."
 "맙소사."

 

 그는 자기 소매가 피로 물드는 것을 아랑곳 하지 않고 소매로 새어나오는 피를 살살 눌러 닦는다. 그는 작게 물었다.

 

 "누가 이런 거야?"
 "내가 그랬어."

 

 그때까지 가지 않고 계단참에서 나를 살피던 한 놈을 본 존은 그에게 거즈를 좀 가져다달라고 했다. 정말이지 배짱이 대단한 남자다. 다시 나를 본 존은 말했다.

 

 "네가 널 쐈다고?"
 "그래, 하지만 별 거 아냐. 날 좀 봐. 나 정말 괜찮아."

 

 나는 물기어린 그의 눈을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

 

 "믿어줘. 이젠 다 잘 될 거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의 빌딩이 하나하나 무너지기 시작했다. 존은 화들짝 놀라 그 쪽을 돌아본다. 피를 닦아주다 말고 갈 곳이 없어진 존의 손을, 나는 꼭 잡았다. 존은 나를 보았다. 나도 그를 보며 말했다.

 

 "우린 이상한 때 만났어."

 

*

 

 모리어티는 존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려 미소지었다.

 

(Crime Club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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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스MK-2 :

셜존짐/중편/파이트클럽AU

 

 "내가 왜 네 집을 폭파했는지 알아?"

 

 나는 다소 멍한 채로 그의 말을 들었다. 문장이 분해되고 문장 안에 속한 단어가 분해되고 단어 안에 속한 각각의 음절이 분해되고 알아볼 수 없는 가루가 되어서 귀에 쏟아부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간신히 짐이 말한 것을 이해했을 때 나는 그에게 주먹을 날리고 있었고 뒤에서는 누군가가 내 목에 마취 주사를 놓았다.

 

*

 

 깨어나보니 짐 모리아티의 집이다.
 목에는 아직도 주삿바늘이 꽂힌 듯 욱신거린다. 박으려면 제대로 박을 것이지, 조그맣고 빨간 구멍이 난 그곳은 당분간은 퉁퉁 붓고 멍이 들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침대를 박차고 나와 짐 모리아티를 찾았다.
 그는 사라졌다.
 견딜 수 없는 소음을 내던 그의 패거리들은 그대로이다. 여전히 그들은 시끄럽고 분주하게 짐이 지시한 비밀스런 작업을 이행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들은 오래 전부터 단체로 먹고, 자고, 일한다. 나만 빼고 이 집은 활기가 넘친다. 땀냄새와 숨소리로 꽉 차 있다. 사람들이 움직이니 집도 흔들린다.
 '짐 모리아티'라는 행성에서 이 '우주 원숭이'들이 날 가둬버린 느낌이다.

 

*

 

 난 혼자다.
 마이크로프트 형은 내게 연락하지 않는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가 내 인생에 간섭하길 원치 않아왔지만 그 염원이 이루어지자 이것이 잘된 일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

 

 3일간 식사를 하지 않았다. 공복은 정신을 명료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짐 모리아티와 그의 부하들이 각종 서류를 보관하는 작은 방에 생각이 미쳤다. 짐이 그 방에 어떤 보안 장치를 해놓았을까 우려가 되었지만 짐은 내가 그 방을 찾을 것을 미리 안 듯 했다. 서류실 앞의 거한은 나를 보고 아무 말도 없이 순종적인 태도로 문을 연다.
 기계적으로 한 바퀴 방을 훑어본다. 그리고 짐에게 중요한 것들이 담겨있을 법한 위치의 서류함을 열었다.
 안에는 '리처드 브룩'명의의 공항 티켓이 있다. 리처드 브룩은 짐 모리아티의 가명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여러 곳을 쏘다녔는지 티켓만 추려내 보아도 손에 한 뭉치는 잡힌다.
 나는 짐을 찾아 각 도시를 해멨다. 그가 갈 만한 뒷골목, 음습한 구역이란 구역은 죄다 뒤졌다.

 "짐 모리아티란 자를 압니까? 꼭 만나야 합니다."

 그 질문을 할 때마다 사람들은 무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나를 본다. 나는 그 공포를 안다. 그러나 설명할 수는 없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정말로 죽음의 위기에 처해본 사람이 또다시 그 위기에 처할 때 그런 표정이 나타난다. 죽기 싫다는, 생존의 욕구와 커다란 공포가 맞물릴 때 그런 모호한 표정이 피어난다.
 거기서는 짐 모리어티의 냄새가 풍긴다. 같이 살 때도 묘하게 폐쇄적이었던 그. 무엇이든 특급 기밀인 것을 좋아했던 그의 냄새다.
 그 냄새는 한 곳에서만 풍기는 것은 아니었다. 마치 영국 전역에 체인점이라도 세운 듯, 범죄와 밀접한 곳에서는 그의 손길이 닿은 것이 여지없이 보인다. 그에 대한 숭배와 공포가 반영된 루머도 곳곳에 나돈다. 3년에 한 번씩 성형수술을 한다는 둥, 외국에도 영향력을 끼칠 만한 거물이라는 둥, 군대를 모은다는 둥. 그가 할 만한 수술이란 주름 제거를 위한 보톡스 시술이 다 일텐데 말이다.

 

*

 

 그의 흔적을 쫓아다니면서 이상하게 느낀 것은 데자뷰 현상이다. 어디든지 꼭 전에 와 본 것 같다.
 그는 여전히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투명인간을 쫓고 있는 나.

 

*

 

 일반인들은 절대로 가까이 가서는 안되는 위험한 구석, 더러운 발자국의 뒤엉킴, 하도 오랫동안 공포에 쏘여서 그 공포스런 분위기에 찌들어버린 골목. 간밤에 이루어진 범죄의 향기도 아직 남아 있다.
 난 늘 그보다 한 발 늦는다.

 

*

 

 펑크 락 클럽으로 위장한 범죄자들의 둥지에 발을 들여놓자, 때마침 CD를 바꿔끼던 DJ가 나를 보고 말했다.

 

 "또 오셨군요. 잘 지내셨죠?"

 

 펑크 족과 고스 족을 헷갈린 건지 묘하게 두 컨셉이 섞인 화장과 옷을 입고 있다. 스프레이로 빳빳하게 세운 머리칼, 수많은 피어싱으로 남아난 부분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귀, 시커멓게 칠한 눈 아래와 날카롭게 올린 눈꼬리. 호의어린 미소만 없다면 절대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인상이다.
 나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날 아시오?"

 

 그는 내 눈치를 살피듯 킬킬 웃더니 말했다.

 

 "절 시험하세요?"
 "아니, 천만에요."

 

 그가 손가락을 맞대고 문지른다. 긴장의 표시다.

 

 "목요일에 오셨잖아요."
 "목요일에?"
 "바로 거기 서서 보안에 이상이 없냐고 물으셨죠."

 

 도무지 알 수 없는 소리다.

 

 "내가 누군데요?"

 

 그는 살짝 겁에 질려 있다. 애써 웃으며 그가 묻는다.

 

 "정말 시험 아니죠?"
 "그래요,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모리어티씨잖아요."

 

*

 

 그 순간 모든 퍼즐이 맞아떨어진다.

 

*

 

 미묘한 구름의 색채 변화때문에 맞추지 못하고 있던 구름 부분의 퍼즐이 일소에 해결된 듯한 시원함.

 

*

 

 이제 그를 찾는 긴 여행은 끝났다.

 

*

 

 하필 휴대전화의 배터리가 동났다. 나는 호텔 전화기로 존에게 급하게 다이얼을 돌렸다.

 

 "존, 나야. 우리 그거 했어?"
 "뭘?"

 

 그는 오늘도 당직인 모양이다. 목소리에는 피곤한 기색이 보이지만 자다 깬 것처럼 불명확하지는 않다. 다른 남자와 정사를 나누다가 퍼뜩 전화를 받은 것 같지도 않다. 빌어먹을! 이런 걸 하나하나 감지해내는 내 자신이 정말 싫다.

 

 "섹스했냐구?"
 "뭐 잘못먹었어?"

 

 그는 대답을 바로 하지 않고 반문을 한다.

 

 "'예스', '노'로만 대답해."
 "대체 왜 그래?"
 "꼭 알아야 돼."
 "섹스한 거(sex) 말이야, 아니면 사랑(making love)말이야?"

 

 그의 목소리에는 비아냥이 섞여있다. 불길함을 느낀 채 나는 되물었다.

 

 "사랑했냐구?"
 "그게 사랑이었나?"
 "그냥 대답만 해! 했어, 안했어?"
 "했지! 섹스하고 증오하고! 넌 섹스 후엔 나를 똥 보듯 해. 우린 늘 그래, '짐'."

 

 추락하는 이 느낌.

 

 "뭐라고?"
 "왜 그래?"
 "내가 누구라고?"
 "'짐 모리아티'! 너 오늘 왜 그래? 안되겠다, 내가 그리로 갈게."

 "아냐 난 지금 집에 없다고!"

 

 존은 내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 한숨을 쉬는 내 옆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넌 약속을 어겼어."

 

 깜짝 놀라 돌아다본다.

 

 "맙소사."

 

 놀람을 자제할 수가 없었기에 꼴사나운 소리를 하고 말았다.

 

 "존에게 비밀을 지키라고 했지. 내 부탁은 그거 하나였는데!"

 

 그는 조금 화난 기색이다. 그러나 그가 화를 내든 말든 내 알 바가 아니다.

 

 "왜 다들 날 너로 아는지 대답해봐."

 

 그는 오늘도 다른 고급 정장을 쫙 빼입었다.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나에게 그는 자랑하든 수트 재킷의 깃을 매만지며 '웨스트우드라고.'라고 뻐긴다. 여전히 그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이기지 못한 그는 내가 앉아 있는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는다. 그가 입을 열었다.

 

 "몰라서 물어?"
 "그래, 몰라."
 "알잖아. 생각을 해보라구, 이 '똑똑'한 양반아."

 

 그는 우아하게 깍지를 끼고 의자의 등받이에 기댄다. 나는 멍청하게 중얼댄다.

 

 "모르겠어."
 "말해봐, 셜록."

 

 모든 알 수 없는 일에는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실에만 집중한다.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남은 것은 아무리 이상하고 믿기지 않더라도 사실이다.
 나는 떨리는 입술로 단 하나의 결론을 뱉어냈다.

 

 "우린 동일인이야."

 

*

 

 "정답."

 

 그는 노래하듯 읊조렸다.

 

 "이해가 안되."

 

 내가 멍한 목소리로 말하자 그가 1더하기1이 왜 2인지 물어보는 사람에게 보내는 듯한 눈길로 말했다.

 

 "넌 너무 지루했어."

 

 지루했기 때문에?

 

 "그래서 넌 변화를 원했지만, 다른 사람이 저지른 사건을 풀어내는 것만으론 만족할 수 없었어."

 

 그 도노반이라는 여자 말야, 은근히 감이 좋단 말야? 그가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 그리고는 말을 계속했다.

 

 "게다가 너의 고상한 도덕 관념때문에, 혼자선 그걸 할 수 없었어. 그래서 상상해 낸게-"

 

 그가 극적인 몸짓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나야."

 

 아니, 그가 가리킨 것은 나일지도.

 

 "난 네게 없는 걸 다 갖췄어. 과감성, 정력, 행동력, 게다가 자유로움까지."

 

 그가 빠른 속도로 떠들어댄다.

 

 "누구나 매일 상상 속에서 변화를 꿈꾸지만 너처럼 실천하지는 못해. 넌 때론 날 지켜보기도 하고, 때론 네 자신이 되지."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 집은?"
 "네가 빌린 거야."
 "그럼 네 직업은?"
 "네가 약에 취하지 않았을 때는 언제나 컴퓨터를 붙잡고 살지."
 "넌...존과 잤잖아."
 "네가 잔 거야. 뭐, 내가 잤니 네가 잤니 해도 결과는 동일하지만."
 "이런 맙소사(Bloody hell)."

 

 그는 턱을 문질문질하더니 일어나서 수트의 구김을 가지런히 하며 말했다.

 

 "문제는 존이야. 그 병아리는 아는 게 너무 많아. 존을 어떻게 처리할지 의논하자구."

 

 처리, 라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존을 죽이기라고 하겠단 건가? 미쳤군."

 

 그가 귀가 멍멍할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아니, 미친 건 너야!"

 

 순간 압도당한 나는 가만히 있었다. 그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안색을 가다듬고 말했다.

 

 "싸울 시간 없어."

 

 순간 눈 앞이 흐려진다. 이번에는 마취제를 맞지도 않았는데...

 

*

 

 "체크아웃 하시겠습니까?"

 

 카드를 내밀었다. 마이크로프트 명의의 카드다. 이 카드면 어디든 무사통과다. 별다른 절차는 없겠지 싶어 짐가방을 들고 돌아서려는데 직원이 나를 불러세운다.

 

 "죄송하지만 이 통화 목록에 서명을 해주셔야 합니다."

 

 통화 목록을 죽 훑어내린다. 시간은 새벽. 내가 정신을 잃고 나서 바로이다. 국번을 보았지만 전 영국에 걸쳐 골고루도 전화를 걸었다. 나는 굳은 표정으로 서명을 하고 자리를 떴다.

 

*
 
 마이크로프트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지만 자동응답기만이 나를 맞아준다. 형에게 연락이 닿기를 포기한 나는 곧바로 존을 만났다.

 

 "존!"

 

 그는 꼴도 보기 싫다는 듯 나에게서 멀어진다. 휘청거리는 걸음의 그를 금세 따라잡은 나는 그와 처음으로 식사한 펍에 끌고 갔다.

 존은 할 말이 있다는 나에게 제압당해 억지로 이 곳에 앉아있기는 했지만 기회만 있으면 금방 나가버릴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를 살피는 사이 존이 문득 말했다.

 

 "네 졸개들이 날 죽이려고 했어. 맙소사. 간신히 경찰을 불렀기에 망정이지."

 

 그의 말을 더 들어주고는 싶었지만 언제 짐 모리어티가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었기에 부득이하게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

 

 "못미덥겠지만 내 말 좀 들어줘."
 "또 날 속이려고?"
 "날 믿어야 해."
 "너 상대하는 거 싫어."
 "그 맘 이해해."

 

 마침 다가온 안젤로에게 커피를 주문했다.

 

 "오 셜록, 너에겐 언제나 뭐든지 무료라는 거 잘 알면서. 게다가 네 데이트 상대에게도."

 

 존과 여길 올 때마다 지겹게 들었던 소리라 그는 더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몇 가지 음식을 주문했다.
 안젤로가 주방으로 가자 존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딱 30초 줄게."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내가 이상하게 행동한 거 알아. 내가 1인 2역을 한 거야."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그래. 아마도 이중인격이 발현된 거라고 생각해. 존, 우린 좀 애매한 관계였지만 내가 너에게 한 행동은 분명히 옳지 않았음을 난 잘 인지하고 있어."

 

 그는 한숨을 푹 쉰 후 체념조로 말했다.

 

 "이제 와서 그건 상관없어."
 "잠깐, 15초! 15초만 더 내 말을 들어."

 

 나는 그를 보며 말했다.

 

 "듣기만 하면 돼. 난 사과하고 싶어. 왜냐면,-"

 

 난생 처음 하는 고백은 떨린다.

 

 "내가 널 좋아하는 걸 깨달았어."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야.

 

 "그래?"

 

 그는 지친 듯 시큰둥한 기색이다. 나는 더욱 절박하게 그에게 말했다.

 

 "나로 인해 네가 나쁜 일 당하는 건 싫어. 존, 넌 위험에 처했어."
 "뭐?"
 "여길 떠나. 도시로 가지 말고 시골이나 야산에서 캠핑을 해야해."
 "완전 돌았군."
 "내가 널 위험 속에 빠뜨렸어."
 "시끄러워!"

 

 그는 진절머리난 듯 했지만 나는 말을 계속해야만 했다.

 

 "떠나지 않으면,-"
 "닥쳐!"

 

 그가 소리질렀다. 식당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진다. 다른 사람들이 흘깃거리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식사에 다시 열중할 때까지 존은 입을 다물고 있다가 말했다.

 

 "셜록, 나도 노력했어, 애썼다고."
 "알아."
 "넌 좋은 점이 많아. 재밌고, 밤일도 끝내주고! 하지만..."

 

 그가 망설이다가 뒤의 말을 이었다.

 

 "넌 환자야. 심각한 정신병 환자. 넌 치료를 좀 받아야 돼."
 "네 말이 맞아. 정말 미안해."
 "미안한 건 피차 마찬가지야. 하지만 더이상 이 짓을 계속할 순 없어. 이젠 못 참아. 참지도 않을 거고. 난 떠날 거야."

 

 그는 주문한 식사도 채 끝마치지 못하고 식당을 급히 나갔다. 나는 그를 쫓아갔다.

 

 "이제 그만해! 널 더는 보고 싶지 않단 말이야."
 "알아. 그렇게 되도록 해 줄게."

 

 나는 지나가던 택시를 잡은 후, 그를 그 안으로 쑤셔넣었다. 그리고 그에게 마이크로프트의 카드를 쥐여주었다.

 

 "자, 어서 이 택시를 타고 떠나. 내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어서!"

 

 존이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왜 이러는 거야?"
 "네 행선지를 내가 알면 네가 위험하기 때문이야. 널 지켜주고 싶지만 나는 그럴 수 없어."

 

 내가 주절거리는 것을 막고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 카드 멋대로 쓰고 다닐 거야. 위자료로 칠 거니까."
 "명심해, 존. 당분간 큰 도시에는 가지 마."

 

 내가 주의할 사항을 몇 가지 더 말해주려는데 그가 말했다.

 

 "짐, 아니 셜록, 아니,...네 진짜 이름이 뭐든 간에, 넌 내게 악몽이었어."

 

 그리고 택시는 쌩 하고 떠났다. 혹시라도 내가 그의 행선지를 추론해낼까봐 택시를 일부러 외면한 채로 나는 짐, 아니 나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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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스MK-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