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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28 [존셜마]비밀의 정원 prologue

존셜/마셜/에페보필리아/제인 에어+비밀의 정원 참고

 

 

 퇴역 군의관 존 왓슨이 사용인을 택하는 데에 까다롭기로 소문난-어느 귀족 가문이 그렇지 않겠냐마는-홈즈 가의 간병인으로 별다른 절차 없이 고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저택의 주치의인 마이크 스탬포드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외부인을 들이기를 극도로 꺼리는 저택의 주인의 성향 탓에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일할 마땅한 인사를 찾지 못해 신혼여행을 떠나기 일 주일 전까지 발을 동동 구르던 스탬포드는 마침 부상으로 의가사제대한 의대 동문이자 친구인 존 왓슨을 낚아채다시피 서섹스의 홈즈 저택으로 데려왔고, 다행히도 마이크로프트 홈즈는 약간의 마뜩찮아하는 기색을 보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스탬포드의 대리인으로 존 왓슨을 저택에 들이는 데에 승낙 의사를 표한 것이다.
 존으로서도 다소 성급하게 결정되었다는 점 외에는 나쁘지 않은 전개였다. 군인 연금은 비싼 런던의 물가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막 귀국한지라 변변한 거처도 없었기 때문에 숙식이 제공된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더욱 안성맞춤의 기회였다.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되는 건가?"
 "도련님을 간호하면 돼."
 "도련님?"

 상류사회의 중심부에서 위세를 떨친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지방 유수의 명문가를 꼽는 데에는 단연 한 손에 꼽히는 홈즈 가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특히 가족관계에 대한 사항이 그랬다. 가문마다 한두 명씩은 존재하게 마련인 난봉꾼과 말썽꾼 때문에 오늘은 어느 하녀를 건드려서 사생아를 보았다느니,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가문의 여식과 야반도주를 하여 앞길을 망쳐놓았다느니 하는 지저분한 소문이 난무해 오히려 어떤 풍문이 진실인지 분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런저런 가십으로 시끌시끌한 여타 가문들에 비하면 홈즈 가문에 대한 정보는 극히 드물었다. 현 당주의 이름이 마이크로프트 홈즈이며 영국 정부의 미관말직을 차지하고 있고 아직 미혼이라는 점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다는 것밖에는. 사교계 풍문이라면 촉각을 곤두세우는 호사가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제대한 지 얼마 안 된 군인인존 왓슨으로 따지면 그 정도 아는 것으로도 많이 아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도련님이라니, 홈즈 씨의 아드님인가?"
 "아니, 동생이야. 나이차이가 꽤 나는 남동생이지. 자세한 건 저택에 가면 알 수 있을 걸세."

 더 이상의 언급을 회피하는 스탬포드를 보며 존은 질문을 억눌렀다. 하긴 홈즈 가문 정도의 신사 집안의 작은도련님이라면 한창 사교계 파티를 전전하며 놀아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데 굳이 주치의를 상주시키고 주치의가 자리를 잠시 비우는 때까지 간병인을 들여 가며 애지중지한다는 것에는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말 못할 사정의 대부분은 알아 봤자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존 왓슨은 군인 특유의 직감으로 잘 알고 있었다.

 

Posted by 에스MK-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