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존마/중편/양들의침묵AU

 

 존은 세차게 내리는 비를 뚫고 수용소에 도착했다. 그의 연락을 받은 레스트레이드가 존을 맞이했다.

 

 "존, 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계단 조심하세요."

 

*

 

 존은 빗물을 닦아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셜록을 향해 말했다.

 

 "그 창고는 당신이 빌린 거죠, 그렇지 않습니까?"

 

 조명이 꺼져 있어 셜록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데 배식 창구가 철컹 하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망설이며 안을 들여다보자, 깨끗하고 보송보송한 새 수건이 놓여있었다. 존은 수감실 안을 살폈으나 셜록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셜록 홈즈와 물건을 주고받아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떠올랐으나, 이 정도의 호의는 거절하는 것이 지나치게 무례한 것이라는 생각에 그는 수건을 집어들었다.

 

 "고마워요."

 

 존이 말하자 그늘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셜록이 말했다.

 

 "출혈이 멈췄군."
 "그걸 어떻게..."

 

 깜짝 놀란 존이 물기를 닦던 것을 멈추고 말하다가 멈추었다. 그러나 셜록이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괜찮습니다. 조금 긁힌 것 뿐이예요."

 

 존은 다시 질문했다.

 

 "병 속의 머리는 누구의 것인가요?"
 "'와일드 차일드'에 대해 묻지 그러나."

 

 차분한 목소리의 셜록에게 존이 물었다.

 

 "그에 대해 뭘 알고 계신 겁니까?"
 "사건 파일을 보면 알 수 있지. 갖다 줘."

 

 존이 다른 질문을 했다.

 

 "왜 미스터 모팻을 찾으라고 한 거죠? 내가 그걸 찾기를 바란게 맞습니까?"

 

 셜록이 말했다.

 

 "그의 본명은 앤더슨. 이국적인 것에 매우 집착을 보이던 내 의뢰인 중 하나였지. 내가 그 남자의 목을 자르지는 않았어. 시체를 발견하긴 했지만."

 

 셜록의 설명을 주의깊게 듣던 존이 말했다.

 

 "만약 당신이 아니라면 누가 그런 겁니까?"
 "그야 모르지. 그의 정신 상태는 개선의 여지가 없었는데, 차라리 잘 된 거야."
 "옷이나, 화장을 보면...그는 변태성욕자였나요?"
 "전혀. 평범한 조울증 환자였지. 흔해빠진 질병이야. 여장을 하는 건 그로서는 하나의 실험이 아니었나 싶어."

 

 그는 갑자기 맥락이 연결되지 않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애송이 킬러의 화려한 변신이지...그를 본 느낌이 어땠나?"

 

 존은 셜록이 요구하는 대로 솔직한 감상을 털어놓았다.

 

 "두려움은 잠시, 나중에는 흥분되었죠."

 

 어둠 속에서 씨익 웃던 그가 말했다.

 

 "아무래도 마이크로프트랑 서로 좋아하는 사이 같은데. 그는 널 좋아하고 너도 그를 좋아하지."

 

 정곡을 찔린 존은 목소리를 일부러 딱딱하게 하며 대답했다.

 

 "그런 생각은 안 해봤습니다."
 "그가 너를 성적인 의미로 생각한다는 생각은 해봤나? 나이는 들었지만 말야, 승진을 미끼로 당신에게 잠자리를 요구한다면 어쩌겠어?"

 

 존은 관심없는 표정을 꾸며내었다. 실수로 말을 더듬지 않도록 주의하며 농담조로 말했다.

 

 "그런 가십거리에는 흥미가 없어요. 그런 이야기는 믹스나 할 만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셜록은 믹스의 감방 쪽을 슬쩍 돌아보더니 미약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젠 못하지."

 

 둘 사이에 정적이 깔렸다.

 그때 셜록의 수감실에 조명이 켜졌다. 셜록이 눈을 감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레스트레이드."

 

 존은 셜록의 감방 안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악보가 전부 사라져있다.

 

 "악보는 어디 갔죠?"

 

 셜록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처벌이지. 믹스 때문에. 지금 내 텔레비전에 보이는 저 종교 방송처럼 말이야. 당신이 떠나면 볼륨을 높일 테고, 라일리 박사의 고문이 시작되겠지.

 

 존은 화제를 바꾸어보았다.

 

 "'변신'이란 무슨 뜻입니까?"

 

 셜록이 몸을 일으키고 존을 보면서 말했다.

 

 "이 방에 들어온지 4년째야. 살아서 나가긴 힘들테지. 그러나 나는 풍경을 보고 싶어. 여긴 너무 답답해. 나무나 물을 봤으면 좋겠어. 라일리 박사가 없는 곳 말이야."
 "애송이 킬러는 어떤 의미로 말씀하신 겁니까? 그가 또 죽였다는 뜻인가요?"

 

 셜록은 등을 돌린 채 말했다.

 

 "증거에 입각한 '와일드 차일드'의 심리 상태를 알려줄까 해."

 

 그는 존을 향해 몸을 돌리고는 말했다.

 

 "그 친구를 잡게 해주지."

 

 존은 의자에서 일어나 말했다.

 

 "그가 누군지 알고 있군요. 누가 당신의 의뢰인의 목을 베었는지 말해줘요."

 

 셜록이 말했다.

 

 "인내는 미덕이지. 나는 인내하고 있지, 존. 너는 얼마나 기다릴 수 있나? 그 아이는 지금도 다음 희생자를 물색하고 있을 거야..."

 

*

 

 캐서린 터너는 용돈을 모아서 산 중고 밴을 끌고 밤길을 가고 있었다. 살집이 있는 편이나 갈색 머리채는 윤기가 돈다. 그녀는 다이어트를 숱하게 시도해봤지만 식탐을 억제할 수가 없어 그동안 번번히 식이 조절에 실패했다. 오늘도 그녀는 친구의 집에 파자마 파티를 하러 가기 위해 학교 기숙사를 나섰다.
 그녀의 어머니는 마리 터너라는 이름난 상원 의원이었지만 이혼한 터라 여느 어머니들처럼 자신을 돌봐줄 여력이 없었다. 때문에 캐서린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기숙학교에 갇혀있다시피 했다. 오늘은 어머니가 그녀를 제대로 양육하지 못한 죄책감을 자극하고, 그녀의 친구들 모두가 입을 모아 보증한 덕택에 겨우 학교를 빠져나올 우 있었다. 캐서린은 너무나 즐거운 나머지 큰 소리로 음악을 틀고 음정 박자 생각지 않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불렀다. 때마침 나오는 곡은 그녀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곡이었기에 흥이 한층 더 붙었다.
 그녀는 문득 과자를 좀 사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직진하다보니 소형 마트가 보였다. 주차를 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웬 비쩍 마른 남자가 자기 차의 뒷트렁크 안으로 무거운 서랍장을 넣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늦은 밤이라 주변에는 그녀 외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는 무시하고 지나치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눈길이 갔고, 이번에는 그 남자의 한쪽 팔이 석고 붕대로 감싸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자는 서랍장을 차 가까이 밀어놓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다소 차체가 높은 그 차의 뒷트렁크에 서랍장을 놓는데는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그녀는 망설이다가 물었다.

 

 "도와드릴까요?"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남자는 힘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캐서린은 그 남자에 대한 동정심이 의심을 압도해서 그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도와드릴게요."

 

 남자가 살았다는 듯 휴 하고 숨을 내쉬었다.

 

 "고맙소. 이것만 넣으면 집에 갈 수 있는데, 아가씨 말고는 아무도 따뜻한 마음이란게 없는 사람들 같구려."
 "뭘요. 다치셨군요."
 "네, 어떻게 끌고 오긴 했는데 올릴 수가 없군요."

 

 둘이 들자 서랍장은 의외로 금방 들렸다. 남자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안으로 들어가서 서랍장을 좀 끌어당겨줘요. 내가 밖에서 밀테니까. 참 친절하시군요. 정말 고맙소. 그래요, 그렇게 쭉 잡아당겨요."

 

 트렁크 가장 안쪽까지 서랍장을 잡아당긴 그녀가 남자를 향해 말했다.

 

 "다 됬어요."

 

 남자는 트렁크 안쪽으로 들어와서 서랍장을 더 깊숙이 밀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혹시 사이즈가 14요?"
 "뭐라고요?"

 

 그녀가 답을 채 마치기도 전에 남자가 석고 붕대를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후려쳤다. 급소인 정수리는 묘하게 비껴나간 채 연이어 강하게 주먹을 날리는 그의 회심의 미소가 어린 표정을 마지막으로 캐서린은 트렁크 안에서 정신을 잃었다.
 남자는 혹시 누가 볼세라 황급히 트렁크 문을 닫고 여자의 옷 태그를 확인했다. 사이즈가 14인 것을 확인하고 남자는 만족스러운 듯 좋아, 라고 혼잣말을 했다. 다음으로 남자는 여자의 등이 위로 오도록 눕힌 후에 준비해두었던 재단용 가위로 여자의 옷을 싹둑싹둑 잘라 양 옆으로 헤쳤다. 그녀의 피부 상태를 확인하고 쓰다듬어 보며 남자는 정말로 만족스러운 듯 기쁨의 한숨까지 쉬었다.

 

*

 

 존은 격투 방어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호루라기가 울리며 훈련이 중단되고, 누군가가 그를 훈련장 밖으로 불러내었다. 훈련 중간에 체육관을 빠져나가 보이지 않는다 싶었던 코치였다.
 코치는 그와 동행하며 말했다.

 

 "씻고 출동 준비를 해. 홈즈 국장과 사건 현장에 가게 될 거야."
 "어딥니까?"
 "데번셔에서 변사체가 발견됬다. '와일드 차일드'의 수법이라고 하더군."

 

*

 

 급하게 공수한 작은 헬리콥터 안에서 마이크로프트와 존은 좁은 뒷좌석에 끼어앉아 수사 문건을 함께 보았다. 최고급 수제 양복을 입은 마이크로프트와 캐주얼한 야상 점퍼와 면바지를 입은 존이 함께 웅크려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어울리지 않았다. 셜록 홈즈만 아니었다면, 마이크로프트는 지금쯤 고급스런 사무실 안에서 한국 대선이라던가 하는 문제에 관해 고찰하며 이런 현장 조사에는 투입되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존의 뇌리를 스쳤다. 그때 마이크로프트가 존에게 말을 걸었다.

 

 "문제는 이걸세."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왜 사흘 동안 살려뒀는지가 미스터리야. 강간이나 고문의 흔적은 없고, 살갖을 벗기는 작업은 희생자의 사망 이후에 이루어졌어. 정리하자면, 사흘 동안에 범인은 피해자에게 총을 쏘고, 가죽을 벗기고, 강에 버렸다. 모두 다른 강에 버렸고, 발견 시기가 너무 늦어서 미량 증거까지 모두 씻겨나갔어."

 

 소음 때문에 마이크로프트는 목소리를 높였다. 존이 마침 한 사진을 꺼내들자 그가 설명을 덧붙였다.

 

 "첫 번째 희생자 프레드리카 허드슨인데, 일부러 시체를 강바닥에 가라앉힌 유일한 경우야. 이후로는 그냥 내버려두고 있어."

 

 지도를 펴며 마이크로프트가 계속해서 말했다.

 

 "이걸 보게. 원은 여자들이 납치된 장소, 화살표는 시체가 나온 장소야. 오늘 시신이 발견된 곳은 데번셔의 XX 강."

 

 거기까지 설명했을 때 헬리콥터가 착륙 준비를 했다. 한 층 더 심해진 헬리콥터 소음때문에 마이크로프트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차량으로 갈아탄 그들은 각자 자료를 마저 살펴보는 데 집중했다. 먼저 자료를 다 읽은 마이크로프트는 존이 다 읽기를 기다리다가 존이 자료를 덮자 그에게 질문했다.

 

 "자네 생각을 말해보게."
 "코카시안 남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쇄살인범은 같은 피부색을 지닌 동족을 선택하니까요. 떠돌이가 아니라 집이 있지만 아파트는 아닐 겁니다."
 "왜지?"
 "은밀히 진행해야 하니까요. 3, 40대로 육체적인 완력은 물론 자제력과 주의력을 겸비한 인물이라고 보여집니다. 아마 절대로 멈추지 않겠죠."
 "그건 왜?"
 "점점 능숙해지고 있어요."

 

 마이크로프트는 스치듯, 아주 잠깐 미소를 지었다가 말했다.

 

 "괜찮군. 혹시 다른 할 말이 있다면 해 봐."
 "저..."

 

 존은 망설이다가 별 거 아닌 것을 말하듯 말했다.

 

 "셜록 홈즈의 제안에 대해선 왜 말씀이 없으시죠?"
 "생각 중이야."

 

 존은 내친 김에 한 가지 더 질문했다.

 

 "그래서 절 보내신거죠? 그의 도움이 필요하니까요."

 

 마이크로프트는 어깨만 으쓱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 어두워진 그의 표정에 존이 그를 북돋워주려는 의도로 말을 계속했다.

 

 "만약 그렇다면 잘 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마이크로프트가 입을 열었다.

 

 "자네가 목적을 분명히 알고 있었으니 그도 우리의 목적을 알아챘을 거야. 자네를 가지고 놀았겠지."

 

 터널 구간이었다. 존은 마이크로프트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고 싶었으나, 어둠에 가려 마이크로프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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