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존짐/중편/파이트클럽AU

 

 나는 서류실에서 이제부터 벌어질 범죄의 계획서, 그리고 각종 사전 조사 자료 뭉치를 들고 근처의 경시청으로 향했다. 차마 레스트레이드에겐 이런 일을 알릴 수가 없었다. 나는 내 말을 주의깊게 듣는 몇몇 경감들에게 짐 모리어티의 범죄와 그 구상을 자세히 설명했다.
 설명을 다 들은 경감들은 조용했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다. 차라리 내가 미친 정신병자라는 생각을 해주어, 나를 감옥에 가둬버리기를 바랐다.
 눈빛으로 의논을 마친 듯 한 경감이 입을 열었다.

 

 "존경합니다."

 

 뭐라고...?

 

 "당신은 위대해요."
 "천재적이예요."
 "당신이 말했죠. '작전을 방해하면 누구든 거세하라'라고요. 심지어 당신도 포함해서."
 "그리고 당신은 '내가 딴 말 해도 동요하지 말라'라고도 하셨죠."

 

 나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하필 여기는 좁은 방이다.

 

 "지금 큰 실수 하는 거야."

 

 경감 한 명이 웃으며 다가온다.

 

 "그 말도 할 거라고 하셨소."
 "난 짐 모리어티가 아니라고!"
 "그 말도 할 거라고 하셨지."

 

 어쩔 수가 없다.

 

 "그래, 난 짐 모리어티다. 명령이니 물러서."
 "그 말도 할 거라고 하셨어."

 

 그들은 위협적인 기세로 다가와 내 사지를 잡는다. 세 명이나 되는 근육질의 남자들에게 손 쓸 틈도 없이 잡혀버리고야 만 나는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미쳤어? 당신들은 경찰이야!"

 

 그때 타이밍 좋게도 방문이 열렸다. 레스트레이드다. 그는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셜록?"

 

 나는 그 기회를 틈타 경감들에게서 벗어났다. 벗어나면서 한 명에게서 총을 빼앗은 후 그들에게 겨누며 위협했다.

 

 "바닥에 엎드려!"

 

 레스트레이드만 제외하고, 나머지 경감들은 내 눈치를 보며 느릿느릿 엎드렸다. 레스트레이드는 내가 또 뭔가 장난질을 치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눈치였다. 사실 그렇게 생각해 주는 편이 낫긴 했다.

 

 "이 문을 나오는 사람은 벌집이 될 줄 알아!"

 

 그렇게 소리치고 나는 책상 위에 펼쳐진 자료들을 황급히 챙겨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

 

 난 뛰었다. 다리가 후들대고 심장이 터질 지경이 되도록 뛰었다. 그렇게 계속 뛰었다.
 그렇게 뛰다 보니 낯익은 거리가 보였다.
 여긴, 짐 모리어티가 오늘 밤에 폭파하기로 마음억은 건물 들 중 하나가 위치한 거리다. 폭파 예정인 건물은 여러 개지만 이것이 작전 본부 비슷한 곳임을 알고 있는 나는 건물로 달려갔다.
 가까이 달려가서 나는 안을 보았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것인지 건물 안에는 쥐새끼 한 마리도 없었다. 잠긴 건물의 입구를 열려고 용을 쓰는 중에 뒤에서 갑작스럽게 목소리가 들렸다.

 

 "뭐하는 거야, 셜록? 너 지금 미친 놈 같아 보여."

 

 사실 그야말로 미친 놈처럼 보였다. 영국 왕실의 기보인 녹주석 보관에, 고풍스러운 흰색 모피, 그리고 왕홀을 들고 당당하게 서 있었으니 말이다. 모조품을 들고 자랑하는 것은 그의 성미에는 맞지 않는 일이니, 분명 박물관의 전시장에서 진품을 훔친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침착하게 그에게 말했다.

 

 "난 네 음모를 다 알아."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따라와! 구경시켜 줄게. 로얄석으로 모시지!"

 

 크게 하하하하 웃으며 나를 비웃는 그는 어느새 잠긴 문 건너편에서 나를 비웃고 있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에게 총을 발사했다. 방탄 처리가 덜 된 문은 깨졌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마치 원래 없었던 것처럼.
 덜 깨진 유리를 다 깨내고 안으로 들어가서 아까 봤던 자료들 중 하나에 있던 건물 설계도를 떠올리고 차고 쪽으로 향했다. 차고 쪽으로 들어가자 차가 한 대 보였고, 그 뒷 트렁크를 열자, 폭발물질이 가득 들어있었다.
 폭발 물질과 연결된 뇌관의 끝은 한 철제 상자로 집결이 되어있다. 분명 이것이 폭파의 구심점이리라. 나는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예상과 한 치도 다를 바가 없는, 시한 폭탄 장치다.
 나는 중얼거렸다.

 

 "맙소사."
 "도착했군, 너랑 나 말야. 이제 어쩔 거야?"

 

 뒤에서는 짐의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야지."

 

 그가 전혀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

 

 "왜? 네 걸작품인데."
 "아냐, 막아야 해."

 

 내가 철제 상자 안의 전선과 장치들을 잘 살피는 동안 그가 주절거렸다.

 

 "너도 알다시피, 폭탄이 설치된 건물은 열 개야."

 

 나는 표정을 차갑게 굳히고 그를 향해 말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그 건물엔 내 군대밖에 없어. 아무도 안 죽는다구."
 "그동안 네 '군대'에 죽은 사람이 한 명 이상이라는데 내 목숨을 걸지."

 

 그는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생각하다가 'Whatever,'이라며 말했다.

 

 "큰 일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이야."

 

 나는 그에게서 고개를 돌려 다시 폭탄을 바라보며 말했다.

 

 "넌 존재하지 않아."

 

 폭탄을 분석하는 절차는 성과가 없다. 난관에 부딪친 나를 조롱하듯 그가 특유의 높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어떤 선이 맞는지 나는 알지."
 "네가 안다면, 나도 알겠지."

 

 폭탄을 해제하기 위해 이 곳 저 곳 살피는데 그가 갑작스럽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내가 일부러 착각하면 어떻게 될까?"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배선의 흐름을 살피는데 집중했다. 내가 한 선에 시선을 두자 그가 말했다.

 

 "그거라고 생각해?"

 

 내가 녹색 선을 쥐자 그가 빙글거리며 말한다.

 

 "녹색은 아닐걸? 딴 줄을 당겨보라구."

 

 나는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끼며, 그의 말을 무시하고 녹색 선을 뽑았다.
 시한 장치는 멈추었다.
 그도 그것을 알아차린듯,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하지 말랬지!"

 

 젠장할, 이라고 그는 욕했다.
 나는 그에게 내가 들고 있는 총을 겨누며 말했다.

 

 "차에서 물러서."

 

 그는 차 문을 닫고 꽂혀있던 자동차 열쇠를 부러뜨려버렸다.

 

 "농담하는 거 아냐. 차에서 물러서!"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빌어먹을!"

 

 나는 총을 발사했다. 그의 귀 옆으로 총알이 비껴갔다.

 

 "우왁! 워우!"

 

 그는 진짜로 깜짝 놀란 기색이다. 그는 화난 기색으로 말했다.

 

 "이봐, 넌 바로 네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어! 그것도 400갤런의 폭약 앞에서 말야!"

 

 뚜벅뚜벅 걸어오는 그의 심장을 겨누고 총을 쏘았다. 그러나 마치 허공에 대고 쏜 듯 그는 아무런 상처도 없다. 나는 급격히 무서워지기 시작해 뛰기 시작했다. 그는 흥얼거리며 왕관과 모피 망토를 벗고 왕홀만을 든 채 여유로운 걸음으로 나를 천천히 따라왔다. 그는 덫으로 먹잇감을 모는 사냥개처럼 나를 몰아간다. 그리고 그에게 따라잡힌 나는 그의 왕홀로 세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기절하고 말았다.

 

*

 

 "3분 남았다~곧 폭발할 거야!"

 

 총구가 입 속에 들이밀어진 채다.

 

 "기대하시라~!"

 

 여기서부터였던 것 같다.

 

 "끝으로 한 말씀 해야지?"

 

 그는 웅얼거리는 내 입에서 총을 뺀다. 나는 말했다.

 

 "아직도 생각이 안 나."

 

 흠, 하고 그가 말하며 전면 유리창 쪽으로 다가간다.

 

 "정말 짜릿해...2분 30초. 우린 큰 일을 한 거야."

 

 그가 다시 내 쪽으로 돌아와서 얼얼한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제 신용 사회가 무너지는 꼴을 우리 눈으로 보게 될 거야."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가 묶인 채 앉아있는 회전 의자를 전면 유리창 쪽으로 세게 밀었다. 유리창과 충돌한 충격에 신음하는 나에게 창 밖의 어떤 것이 보였다.

 

 "그가 여기 왜 온 거지?"

 

 존이었다. 대체 어쩌자고, 아니 어떻게 여기에 온 거란 말인가?
 짐이 웃으면서, 당연한 것 아니냐는 투로 말했다.

 

 "마무리해야지. 우리의 마지막 문제."

 

 그는 나를 찾는 기색으로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주변에는 짐의 부하들로 보이는 몇 사람이 있고, 주변의 저층 건물 옥상에는 스나이퍼 몇몇이 포진해 있다.

 

 "이러지 마."
 "날 원망하지 마, 네가 원하는 거잖아."
 "난 원치 않아."
 "그래, 맞아. 넌 필요 없어. 널 지워야 한다고. 늘 오락거리가 필요했고, 그동안은 네가 내 오락 상대였는데 이젠 그것도 아니지. 내가 널 이겼어. 그리고 이거 알아? 끝에 가서는 쉬웠어. 너무~쉬웠다고. 이제 난 널 없애고 다시 돌아가서 평범한 사람들이랑 놀 거야. 너도 이제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이 평범해졌어."

 

 그는 키득키득거렸다.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

 

 "내가 진짜인지 궁금하기 시작했었지? 너무 정곡을 찔렀나? 리처드 브룩은 독일어로 라이펜바흐야. 아나그램이지. 만일을 대비해서...아니, 그냥 재미 좀 보려고 만들었지."

 

 그때 무언가가 생각났다.

 

 "키 코드."
 "그 얘길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거야? 101000말야? 그 숫자들에는 의미 따윈 없다고! 너 진짜로 그 컴퓨터 코드 몇줄 가지고 세상의 모든 곳을 뚫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이건 정말 실망인데. 평범한 셜록이잖아."

 "그럼 어떻게 이 모든 계획을 실행할 수 있었던 거지?"
 "그건 그냥 참가자들만 있으면 돼."

 

 나는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난 네가 그 함정에 빠질 줄 알았어. 그게 네 약점이야. 넌 항상 모든 것에 똑똑해보이려고 하잖아."

 

 명백히, 그는 나를 비웃고 있었다.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넌 내 환각일 뿐이야."
 "네가 환각이야."
 "왜 내가 널 없애지 못하지?"
 "날 원하니까!"
 "이젠 원치 않아."
 "있잖아, 날 만든 건 바로 너였어!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지."
 "그래, 이 모든 건 내 책임이야, 인정해. 그러니 이제 이러지 마. 존을 죽이지 말라고."
 "날 못 믿는 거야?"

 

 그가 또다시 버럭 화를 내었다.

 

 "내 덕에 넌 사람 됐어!"

 

 그는 또다시 스스로를 진정시킨 후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게 다 맡겨봐. 늘 그랬듯이, 지금은 반항해도 나중엔 감사하게 될 거야."

 

 나는 힘이 풀린 다리로 억지로 회전 의자를 밀며 그 쪽으로 갔다.

 

 "짐, 짐. 네가 해준 것 모두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야."
 "네가 원하는 게 뭔데? 예전처럼 지루한 약물중독자로 지내는 거? 그냥 살아 있는 거? 그런 따분한 건 내가 용납 못해."
 "제발, 이래서는 안되."
 "늦었어. 입 닥쳐."

 

 그는 시계를 보더니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우리 이제 게임 끝내볼까? 마지막으로 하나만 하자."
 "해? 뭘?"
 "자살말이야. 너의 자살. 헤드라인이 상상이 가지 않아? '천재 탐정이 사기꾼으로 밝혀지다'."

 

 그는 멋있지 않느냐며 나에게 동의를 구한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자, 그는 내게 말했다.

 

 "있지, 머리 굴리지 말고, 그냥 자살해버려. 그게 더 편하잖아."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구슬렸다.

 

 "얼른. 나를 위해서."

 

 내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만 있자 그가 말했다.

 

 "좋아. 내가 좀 더 동기부여를 해주지. 일단, 너에겐 내가 명령을 중지하도록 만들 방법은 없어. 게다가 말이지, 자살 안하면,-"

 

 짐은 악독한 미소를 지었다.

 

 "-네 애완 병아리가 죽어."

 

 나는 퍼뜩 대답했다.

 

 "존?"
 "그래. 이제 멈출 수 없어. 네가 자살하지 않는 한."
 "난 불명예스러운 죽음을 맞겠지."
 "당연하지. 그러려고 하는 건데."

 

 그는 유리창 밖을 슬쩍 내다보더니 말했다.

 

 "자, 얼른. 네가 죽기만 하면 저 총잡이들은 다 철수할 거야."
 "잠깐만 시간을 주겠어? 개인적으로 잠깐만."

 

 나는 짐에게 말했다.

 

 "부탁이야."

 

 그는 마지못한 듯 대답했다.

 

 "그래."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정신 차려야 해. 이건 허상이야. 넌 가짜야, 그 총도 네가 든 게 아냐-내가 든 거라고."

 

 그리고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니, 과연 내 손에 총이 들려 있었다. 짐은 이채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내가 천사의 편에 서 있을 수도 있지."
 "..."
 "하지만 절대로, 내가 그들과 같다고 생각하지는 마."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아니지."

 

 그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러네."

 

 그는 또박또박 말했다.

 

 "넌, 평범하지 않아."
 "그래."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내 자신의 턱 밑에 총구를 갖다댔다. 짐이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왜 네 머리에 총을 겨눴지?"

 

 내가 말했다.

 

 "내 머리가 아냐. 우리 머리지."

 

 짐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군."

 

 그리고 그는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그래서 어쩌시려고?"

 

 나는 총의 노리쇠를 당겼다. 딸깍 하는 소리가 턱 밑에서 울린다. 짐은 내 모습을 팔짱을 끼고 응시한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셜록, 넌 나야."

 

 나는 몸을 일으켰다.

 

 "나라고."

 

 그러니까 나는 의자에 묶이지 않았던 것이다.
 짐은 일어선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총을 잡지 않은 손으로 그의 손을 잡고 악수했다.

 

 "짐. 내 말 똑똑히 들어."

 

 내 목소리는 약간 떨린다. 그의 목소리도 약간 떨리는 성 싶다.

 

 "좋아."
 "난 눈을 떴어."

 

 망설임없이, 나는 총구를 입 안으로 집어넣고 방아쇠를 당겼다. 반동으로 몸이 뒤쪽으로 튕겨나간다. 입가에서 피가 줄줄 흐른다. 힘없는 몸으로 의자에 풀썩 주저않은 나는 짐을 올려다보았다.
 짐은, 짐의 입에서는-화약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다.

 

 "이게, 무슨, 냄새야?"

 

 죽기 전 마지막 말이라곤 생각지 못 할 정도로 맥 빠지는 말을 뱉어낸 뒤, 그는 뒤통수가 총상으로 엉망이 된 것을 내보이며 쓰러졌다.

 

*

 

 나는 회전의자에 앉아있다. 이제 내 눈 앞에 그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나 혼자만 남았다. 저편에서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듯 벨소리가 들린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내린 사람은 '군대'의 조무래기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다. 무언지 모를 물건을 페이퍼백에 가득 담은 채 이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다들 어딨지?"
 "어떻게 된 거야?"

 

 성큼성큼 다가오던 그들은 내가 피를 줄줄 흘리며 의자에 힘 없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던지고 달려왔다.

 

 "모리아티님!"
 "오, 맙소사."

 

 나는 피가 흘러나오는 부분을 손으로 꽉 막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이 나에게 물었다.

 

 "모리어티님, 괜찮으십니까?"

 

 피거품이 목구멍에 걸려 그르륵 대는 소리로 나는 대답했다.

 

 "응, 괜찮아."
 "어떻게 된 거예요?"
 "별 일 아냐."
 "아니긴요, 엉망인데요. 병원에 당장 가셔야 해요."
 "괜찮대두. 난 아무 이상 없어."

 

 말하면서 무심코 손을 내리자 상처 부위를 본 부하들 중 한 명이 얼굴을 찌푸린다. 계속해서 괜찮다는 것을 그들에게 확신시키는 와중에 계단 편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놔!"

 

 무작정 끌고 오는 것인지 다리가 계단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겁도 없는지 부하들에게 살살 좀 끌고 가라며 소리치고 있다. 내가 말했다.

 

 "그를 놔줘."

 

 그는 몸의 균형을 바로잡은 후 나를 보고는 말했다.

 

 "너!"
 "안녕, 존."

 

 존을 나를 보고 할 말을 잃은 듯 잠시간 나를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이 남자 놔두고 내려가 있어."
 "괜찮겠어요?"
 "그래, 염려 마."

 

 부하들이 슬슬 움직이자 존도 정신을 차린 듯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개자식! 대체 무슨 장난질이야?"

 

 그렇게 다가온 그는 달빛에 비친 내 피범벅이 된 얼굴을 그제야 보고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오, 이런, 얼굴 좀 봐."
 "나도 알아."
 "어떻게 된 거야?"
 "묻지마."
 "총에 맞았군."
 "그래, 맞았어."
 "맙소사."

 

 그는 자기 소매가 피로 물드는 것을 아랑곳 하지 않고 소매로 새어나오는 피를 살살 눌러 닦는다. 그는 작게 물었다.

 

 "누가 이런 거야?"
 "내가 그랬어."

 

 그때까지 가지 않고 계단참에서 나를 살피던 한 놈을 본 존은 그에게 거즈를 좀 가져다달라고 했다. 정말이지 배짱이 대단한 남자다. 다시 나를 본 존은 말했다.

 

 "네가 널 쐈다고?"
 "그래, 하지만 별 거 아냐. 날 좀 봐. 나 정말 괜찮아."

 

 나는 물기어린 그의 눈을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

 

 "믿어줘. 이젠 다 잘 될 거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의 빌딩이 하나하나 무너지기 시작했다. 존은 화들짝 놀라 그 쪽을 돌아본다. 피를 닦아주다 말고 갈 곳이 없어진 존의 손을, 나는 꼭 잡았다. 존은 나를 보았다. 나도 그를 보며 말했다.

 

 "우린 이상한 때 만났어."

 

*

 

 모리어티는 존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려 미소지었다.

 

(Crime Club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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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스MK-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