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존마/중편/양들의침묵AU

 

 존과 마이크로프트는 지역 경찰의 인도를 받아 희생자의 주택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현장 조사와 더불어 피해자의 프로파일링 분석과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하려는 세 가지의 목적을 띠고 이 곳까지 방문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떼거지로 몰려있는 경찰들에게 마이크로프트가 다가가서 말했다.

 

 "국립 경찰 소속의 마이크로프트 홈즈입니다. 이쪽은 왓슨 박사입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나긋하게 말하는 그에게 우두머리 경찰로 보이는 남자가 퉁명스레 말했다.

 

 "전화한 건 내가 아니오. 방해는 하지 않겠지만-"
 "-경감님."

 

 불만이 가득해보이는 그의 말을 중단시킨 마이크로프트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런 성범죄 사건은 조용히 이야기하는 게 좋겠습니다만. 이해하십니까?"

 

 사실 강간이 성립되지가 않았으므로 성범죄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였으나, 여성만이 피해자가 되어왔고 또 어떤 형태의 성적인 학대가 가해졌을 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경찰들은 성범죄를 극도로 꺼려했다. 지금처럼 사건이 자신의 손을 떠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영역 침범이라고 여기는 경감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성범죄라는 말을 흘리는 것만으로도 진정할 것이 분명했다.
 과연 마이크로프트의 의도대로 경감은 단 둘이서 잠깐 자리를 피해 이야기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마이크로프트는 경감의 뻔히 보이는 행동에 따라 주면서 존에게 작업에 착수하라는 눈짓을 했다.

 

*

 

 피해자의 방을 둘러보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경감이 누군가에게 지시를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디모크 박사를 모셔와."
 "존, 여긴 끝났네."

 

 뒤이어 마이크로프트가 경감의 뒤를 따라나오며 말했다. 마이크로프트는 입가를 매만지며 존을 불렀고 존은 어쩐지 조금 불만스런 기색이 가신 경감을 돌아보며 마이크로프트를 따라갔다.

 

*

 

 부검실로 온 마이크로프트는 존이 비협조적인 나머지 경찰들을 다루도록 한 후 여기저기로 전화를 걸었다. 그 사이 존은 우글거리는 경찰들을 부검실 밖으로 내보내는 일을 했다. 존이 말하자 다들 그를 향해 묘한 불복종의 눈길을 보내며 천천히 부검실 밖으로 나섰다. 경감은 마이크로프트에게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마이크로프트는 전화 상으로 무언가를 급히 지시하고 있었던 터라 그는 포기하고 부검실을 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모두 나간 후 마이크로프트는 통화를 마치고 존을 비롯해 다른 의사들과 증거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 가운을 걸치고 모자와 마스크를 썼다.
 안쪽에는 시체를 담는 비닐백이 있었다. 마이크로프트가 말했다.

 

 "디모크 박사, 한 번 볼까요."

 

 디모크이라고 불린 의사가 비닐백의 지퍼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괜히 가방을 살살 열었다가 물에 퉁퉁 불은 시체의 표피가 벗겨져나갈까 두려웠던 그는 한 번에 입구를 열어젖혔다. 마스크로도 막을 수 없는 역한 냄새와 시체의 가죽이 섬세하게 벗겨진 그 그로테스크한 모습에 모두들 작게 인상을 쓰며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존은 시체와 죽음과는 익숙한 편이었지만 이렇게나 악의적으로 타인에게 가한 상흔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약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이크로프트는 그런 존을 보며 조금 걱정스런 기색을 보였으나 이것 또한 업무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존에게 말했다.

 

 "자, 존 왓슨 박사. 분석을 시작하지."

 

 존은 천천히 시체에 가까이 다가갔다. 프로파일링을 할 때 쓰는 간이 녹음기를 켜고 존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흉골 부위에 별 모양의 상처. 재갈에 물린 자국..."

 

 디모크 박사 옆에 서 있던 다른 의사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처참하군."

 

 그 방 안의 모두의 심경을 정확히 표현한 말이었다. 얼떨결에 존도 따라서 말했다.

 

 "처참한 죽음..."

 

 마이크로프트가 말했다.

 

 "과학 수사국의 병리학자에게 보여야겠군요."

 

 아까 탄식을 했던 의사가 말했다.

 

 "전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남은 일은 디모크 박사가 알아서 처리해 주실 겁니다...하느님 맙소사."

 

 디모크 박사는 옆에서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마이크로프트가 존에게 물었다.

 

 "다른 건 없나?"

 

 그 사이 찬찬히 시체를 살펴보고 있던 존이 말했다.

 

 "이 지역 출신이 아니군요. 귀는 뚫지 않았지만...손톱에는 매니큐어를 공들여 발랐던 흔적이 있습니다. 도시에 살았을 가능성이 높죠."

 

 손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여자의 손톱을 본 존이 다시 말을 이었다.

 

 "손톱 두 개가 깨지고, 흙이 낀 걸 보면...어딜 기어오르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존의 말을 주의깊게 듣던 마이크로프트가 사진기를 치우려는 디모크 박사에게 말했다.

 

 "박사님, 마지막으로 치아 사진을 찍어서 실종자와 조회를 해보도록 합시다."

 

 곧바로 출력된 사진을 본 존이 큰 소리로 말했다.

 

 "목구멍에 뭔가 있습니다."

 

 디모크 박사가 말했다.

 

 "물에 한동안 잠겨 있었으니, 나뭇잎 같은 게 있을 겁니다."

 

 그러나 여자의 목구멍에서 나온 것은, 이상하게 생긴 갈색 물체였다. 디모크 박사의 말대로 나뭇잎이 동그랗게 말린 것 같아 보이기도 했으나 가까이서 보니 갈색의 껍질로 감싸인 통통한 무언가였다.
 마이크로프트가 말했다.

 

 "뭐지? 무슨 열매인가?"
 "아뇨, 저건 고치입니다. 저런 게 들어갈 리가 없는데..."
 "누가 집어넣은 것이 분명합니다."

 

 디모크가 당혹스런 목소리로 말하자 존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부검실 안에 있는 사람들 중 아무도 식물학에 조예가 있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추후에 전문가의 조사를 거치기로 합의한 후 좌중은 다시금 시체 분석에 착수했다. 존이 고치를 조그마한 유리병 안에 넣고 액상 포르말린을 붓는 동안 그의 뒤에서는 시체의 뒷면을 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런...국장님, 이건 뭘까요?"
 "다른 것과 다르군요. 근접 촬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존은 녹음기에 대고 말했다.

 

 "둔부 위로 커다란 두 개의 다이아몬드 형태의 상처. 별 모양 상처는 흉부 척추 깊이, 우측 견갑골과 15센티미터 거리..."

 

*

 

 "존."

 

 본부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마이크로프트가 물었다.

 

 "경감과 따로 이야기를 해서 화가 많이 났나? 따돌리려는 작전이었어, 이해해주게."

 

 존은 원래 그런 데에 지나치게 신경쓰거나 응어리를 만드는 편이 아니었으나, 마이크로프트가 그에게 세심하게 배려를 하는 모습에 특별 대우를 받는 듯 기분이 약간 좋아였다. 더불어 아까 전까지 사건의 분석으로 다소 긴장되어 있던 마음도 누그러졌다.

 

 "경찰들이 다 보고 있는데 그런 행동은 곤란합니다."

 

 농담으로 받아치는 그에게 마이크로프트가 안심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

 

 마이크로프트는 전화기에 다시 눈을 돌렸다. 존은 다시 시체의 모습을 떠올리다가 다시 녹음기를 집어들었다.

 

 "끈에 묶인 자국은 발목이 아닌 팔목에서 발견됨. 사후 절개 작업의 증거-"

 

*

 

 본부에 도착한 존은 마이크로프트의 연줄을 이용해 생물사 박물관의 한 분석가를 만날 수 있었다.

 

 "왓슨 박사님?"

 

 존은 임시 신분증을 들어보였다. 남자는 이미 이야기를 들었고 다 알고 있다는 듯 씩 웃었다.
 마이크 스탬포드예요, 라고 말한 그는 곧바로 일에 착수했다.

 

 "대체 이건 어디서 나신 거예요?"
 "XX 강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식도에서요."

 

 그는 아무래도 곤충에 깊은 흥미를 지닌 괴짜인지, 그 말을 듣고서도 반짝거리는 눈빛을 지우지 않았다.

 

 "'와일드 차일드'로군요?"

 

 오히려 그렇게 반문하는 그였다.

 

 "수사에 관계된 사항은 더 이상 말씀 못 드립니다."
 "라디오에서 이미 들었다구요. 그러면 이게 살인 사건의 증거란 말야? 굉장한데?"

 

 혼잣말을 지껄이며 힘찬 발걸음으로 나비 표본이 수없이 박제된 채 진열되어 있는 방에 들어간 그는 무신경하게 떠들어대는 것과는 다르게 병에 든 고치를 아주 조심스럽게 꺼내어 현미경 아래에 놓고 관찰하기 시작했가.

 

 "...박각시 나방인데...엄청나게 크군. 자...조직을 한 번 볼까?"

 

 그는 손에 고치를 쥐고 다른 쪽 손에 든 얇은 칼날로 고치에 자그마한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 껍질이 어긋난 방향으로 벗겨져 안의 내용물의 손상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집중하는 스탬포드의 손이 미약하게 떨린다. 워낙에 조심스러워야 하는지라 진척이 쉽지 않았다. 잠시 후 위쪽의 껍질을 살짝 들어올리는 데 성공한 그가 존에게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왓슨 박사, 애커론티아 스틱스를 소개합니다. '죽은 자의 나방'으로 통하는 녀석이죠."

 

 아마도 박각시 나방의 한 종류의 학명인 듯 싶었다. 극적인 어조로 말하는 스탬포드에게 존이 물었다.

 

 "어디서 온 거죠?"

 "이상한데...알 수가 없군. 아시아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종인데...수입한 게 틀림없어요. 누군가가 꿀과 가지를 먹이며 길렀군요. 따뜻하게, 정성껏 보살폈어요."

 

*

 

 나비 사육장이 꽉 들어차있는 어두운 복도를 지나자 불이 꺼져 있는 방이 보인다. 옆방에서 비치는 조명으로 사물이 어렴풋하게 자리한다. 간신히 보이는 것은 깨끗하게 세척된 의료용 도구가 가지런하게 정리되어있는 수술대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그것들은 푸르고 시린 빛을 반사한다.
 불빛을 따라들어간 방 안에는 여자 형상의 마네킹 여럿이 있다. 각각의 마네킹에는 가발과 다소 과장된 실루엣의 여성용 의복이 걸쳐져 있다.
 살려줘요, 여기서 꺼내줘요, 라는 소녀의 목소리가 방 안에 크게 틀어놓은 몽환적인 음악과 섞인다. 이 방 안은 마치 울림통과 같아서 섞인 소리가 다시 섞이고 다시 섞이고 다시 섞여버린다. 그 휘섞인 소리를 들으며 알몸의 남자는 흥얼거렸다. 계속해서 소녀는 도와달라는 헛된 부르짖음을 토해낸다. 재봉틀을 앞에 놓고 페달을 밟는 남자의 옆에서 강아지가 왕왕 짖는다.
 강아지는 그치지 않는 소녀의 목소리를 따라 다른 방으로 향한다. 강아지는 오래된 우물과 같은 구덩이의 위쪽에서 네 발을 단단히 지탱한 채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서 소녀는 지치지 않으려고 애쓰며 소리쳤다.

 

 "도와줘요!"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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