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존/마레/SCP재단크로스오버

 

*SCP재단 산하의 윤리 위원회에 대한 참고 링크: http://mirror.enha.kr/wiki/SCP%20%EC%9E%AC%EB%8B%A8/%EC%9C%A4%EB%A6%AC%20%EC%9C%84%EC%9B%90%ED%9A%8C

*본편은 해당 링크에 있는 대화를 99% 복붙하였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하얗게 빛나는 문손잡이를 밀었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회의실 안에 고인 침울한 냉기가 존의 가운에 스며들어 그는 반사적으로 부르르 몸을 떨었다. 드러난 손목에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그저 일상적일 마찰음일 뿐인데, 방 안에 서린 찬 기운때문인지 그것마저도 소름끼치게 느껴졌다.
 천천히 회의실 가운데로 나아가는데 뒤에서 문이 그극 하고 기묘하게 어긋나 돌아가며 닫혔다. 회의실 안은 이제 천장 한 가운데의 오렌지빛 조명이 내리쬐는 약한 빛 외에는 무거운 어둠과 침묵뿐이었다.
 지레 겁을 먹고 만 존이 등 뒤로 시선을 주는데 앞쪽, 흐릿한 어둠 속의 실루엣이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박사님. 앉으시죠."

 

익숙한 목소리였다.

 

"...마이크로프트?"

 

 회의실 가운데의 공터에서부터 계단식으로 짜인 회랑 위편에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앉아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이크로프트 뿐만이 아니었다. 생소한 얼굴들이 그를 둘러싼 채로 관찰하고 있었다.
 조용한 위압감에 압도되는 것도 잠시, 지금의 상황은 마이크로프트의 질 나쁜 장난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그는 윤리 위원회의 부름을 받았는데 이건 그가 생각한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무엇보다도, 여기서 마이크로프트를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존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시죠? 아니 그것보다...당신이 날 호출한 건가요?"

 

 마이크로프트 옆에서 시립해있던 안시아가 입을 열었다.

 

 "맞게 오신 거에요. 닥터 존 왓슨."

 

 언제나처럼 미리 녹음해놓은 음성 파일을 재생하는 듯한 무감정한 목소리였다. 존은 불편한 심기를 여실히 드러내며 눈썹을 까딱거렸다. 마이크로프트는 여전히 의뭉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런 말 없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또 하나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이 다음에 있을 D등급 요원 투입 실험 일정이 어그러질까 신경이 쓰이는 거라면, 그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네."
 "그렉...?"

 

 방 안의 침침한 조명 때문에 회랑의 귀퉁이 자리에 앉아있는 레스트레이드의 존재를 미처 알아채지 못한 존이 깜짝 놀랐다. 레스트레이드는 약간 지쳐보이는 얼굴로 웃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라고 질문을 던지려는 순간 마이크로프트가 그제야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위원회가 끝났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이 방에서 나가실 수 없습니다."

 

 존은 뭐라고 항변하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마이크로프트가 자신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자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실험이라도 하듯 냉정하고 침착한 눈초리로 존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실험용 흰쥐가 꼬물거리는 것을 바라보기라도 하는 것같은 눈빛에 존은 순간적으로 화를 벌컥 낼 뻔했다. 하지만 그건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라고 존의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당장의 상황만 봐도, 자신이 소환된 이 윤리 위원회라는 단체가, 재단 내부에 알려진 것만큼 무기력하고 만만한 단체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지금이라도 나갈 수 있을까?-하고 고민하는 찰나 존의 속내를 꿰뚫어본듯이 마이크로프트가 말했다.

 

 "문은 이미 잠겼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박사님이 집중하시는 겁니다."

 

 존은 도전적인 눈빛으로 마이크로프트를 올려다보았다. 시선이 마주치고 누구 하나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 잠시 후 존은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천천히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무표정으로 존을 응시하던 마이크로프트가 슬쩍 입꼬리를 올려보이며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좋아요."

 

 그렇게 말한 마이크로프트는 그 뒤로 이어지는 짧은 침묵의 여운을 즐기듯 느릿하게 자신의 앞에 놓인 서류를 만지작거렸다. 질 좋은 종이가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길고 유려한 손가락으로 맨 앞의 서류를 집어든 마이크로프트는 정적을 깨고 다시 입을 열었다.

 

 "박사님은 지금부터 SCP재단 윤리 위원회의 위원이십니다. 이건 좌천이 아니에요."

 

 무감정한 목소리로, 태평하기 짝이 없는 어투로 그 말을 뱉어내는 마이크로프트를 보며 존은 기어이 분노를 터뜨리고 말았다.

 

 "그게 좌천이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존의 모습에도 마이크로프트는 하등 동요하는 기색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존이 화를 내는 꼴을 바라보던 마이크로프트가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앉아주시죠."

 

 그 목소리에 담긴 차가운 위협의 기색에 존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독사가 목을 부풀리고 날카로운 독니를 내보이며 은밀하게 쉿쉿거리는 것처럼 나직한 속삭임. 순간 존은 등줄기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처럼 오싹한 기운을 느꼈다. 자신을 내리누르는 은연중의 압력에 저항이라도 하듯 고개를 쳐들고 마이크로프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미동도 않고 눈을 빛내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날카로운 악의.
 존은 힘없이, 무너져내리듯 의자에 주저앉았다. 풀썩 소리와 함께 가운이 처량하게 부스럭대는 소리를 냈다. 마이크로프트는 다시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존을 쳐다보았다. 아까 전까지 쌩 하게 감돌던 냉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마이크로프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었다.

 

 "압니다, 놀라셨겠죠. 아마 무슨 실패 때문에 처벌 받는 거라고 생각하시겠지요, 판단 착오나, 박사님이 연관된 끔찍한 재해 때문에요."

 

 'Sherlock Holmes' 때문일까? 존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일명 SCP-221-B(blocked: 정보 차단 등급). 최근에 일어났던 일련의 보안 사고의 과정이 생생하게 눈 앞에서 어른거리는 듯 했다. 국제적인 악질 해커 크루 MORIARTY에 의한, 등급 책정 보류 중이던 인간형 SCP의 외부로의 정보 유출. 그리고 사망을 가장한 폐기. 분명 그것때문이리라. 지금의 일방적인 인사 조치는.
 왜냐하면 SCP-221-B는-마이크로프트 홈즈의 친혈육이므로.
 존의 얼굴이 서서히 공포에 질려 창백해지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이크로프트는 나긋한 어조로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박사님의 재단 경력은 끝났다고 생각하실겁니다. 아마도 심지어 '윤리 위원회로의 전근'은 '사망'의 완곡한 표현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죠. 이건 그런 경우가 아닙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제거'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다. 재단에서 '제거'란 하루에도 수백 수천 건씩 처리되는 사안이었다. 즉 일상적인 감원 과정으로, 아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었다. 아니,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존 또한 수많은 D등급 요원들을 '제거'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제거'란 그저 종이에 사인을 하는 절차일 뿐이었다. 그저 펜을 잉크 글씨를 몇 자 휘갈기는 것만으로도 종이 위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이제는 존이 죽어나갈 차례인 것일까?

 

 "박사님은 제가 '제거'대신에 '사망'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알아차리셨을겁니다. 고의적인 단어선택입니다. 윤리 위원회에서는 완곡어법을 쓰지 않아요."

 

 마이크로프트가 말을 이었다.

 

 "SCP재단이 하는 일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재단이 윤리위원회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그저 질 나쁜 농담으로만 여깁니다. 아니면 그들이 위원회가 존재하는 것을 알더라도, 우리가 그냥 쓸데없는 웃음거리밖에 안될거라는 느낌을 받겠지요. 반대라는 말은 할 줄도 모르고 고무도장으로 '승인함'이라는 도장만 찍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자리만 채우고 있는 그런 이미지로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박사님이 농담을 들어보신 적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구를 바꾸려면 몇 명의 윤리 위원회 사람들이 있어야 할까? 답은 아무도 없다!야. 왜냐하면 윤리 위원회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니까!'"

 

 존은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로 피식 웃음을 흘렸다. 평소에만 해도 일종의 레퍼토리처럼 반복해대고 서로서로 바리에이션까지 만들어내면서 바보처럼 웃어대던 조크였지만 지금은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대체 왜 저걸 재밌다고 하면서 시도때도 없이 웃어댔던 거지? 재미는 커녕 당장이라도 속이 뒤집어질 것같았다. 내장이 울렁거렸다.
 마이크로프트가 일견 이해심 넘치는 투로 말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웃으실 수도 있죠. 저희는 사람들이 저희가 쓸모없다는 느낌을 받게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했으니까요. 왜냐하면 저희는 SCP재단의 숨은 권력이기 때문이죠."

 

 O5가 아니라?
 존이 하지만-하고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마이크로프트가 제지했다.

 

 "앉아계세요."

 

 존은 또다시, 그의 말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존이 고분고분하게 자리에 앉자 마이크로프트가 설명을 계속했다.

 

 "그래요, O5가 있습니다. 그들은 무엇이 안전한가 안전하지 않은가 판단하지요. 그것은 필수적이고 필요한 기능입니다. 하지만..."

 

 마이크로프트가 두 팔을 활짝 벌려 위쪽 연단 좌석에 앉은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희들은 O5에게 무엇을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면 안될지 충고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입꼬리를 올려 미소짓는 마이크로프트의 얼굴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박사님은 지금까지 재단에서 일하시면서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일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부정하려고 하지 마세요, 박사님. 저희 또한 재단에서 일할 때 그런 일들을 했습니다. SCP들과 일하다 보면 결국 피할 수 없는 결론을 하나 내리게 되죠. 그리고 그 경우에, 아마도 궁금해 하실겁니다. '만약 재단이, 말하자면, 악당이라면? 글쎄, 재단은 악당이 아니야.' 바로 그것이 윤리 위원회가 있는 이유입니다. 이것이 박사님의 첫번째 교훈입니다. 이해하셨나요?"

 

 존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마이크로프트 또한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세요: 재단은 사악하지 않습니다. 저희들은 '그냥' 사람을 고문하지 않습니다. 또한 저희들은 불필요한 잔인한 행동을 반대합니다. 그 말은 누군가가 잔인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결정할 때에만 행동한다는겁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란 바로 저희입니다...오, 이런. 떨고 계시는 군요. 떨지 마세요."

 

 이마에서 흘러내린 식은땀이 뚝 하고 눈썹 위로 떨어졌다. 눈을 깜작이자 땀이 눈으로 스몄다. 따끔한 느낌에 눈을 수 차례 깜박였다. 누군가가 옆에서 손수건을 내밀었다. 손수건을 내미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채 존은 기계적으로 일단 받아들었다. 땀을 닦고 나니 어지러운 열기가 가시고 오한이 밀려왔다. 그러나 마이크로프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박사님, 두번째 교훈입니다. 중요하니까 잘 기억하세요.
 재단은 세계를 지배하지 않는다. 재단은 세계에 봉사한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일반인들의 생각은 상관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하는 일, 즉 재단이 하는 일은 결과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최고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야말로 독선의 극치였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그 독단어린 발언의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진심을 담고 있다는 것과, 회의장에서 존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그에 전폭적으로 동조의 기색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요, 저는 박사님이 이미 깨달으셨을거라 확신합니다...하지만 박사님은 더 깊은 의미에 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으셨을겁니다. 박사님은 이 모든 고문과 살인은 더 큰 선을 위해서라고 생각하시면서 자기 자신을 위로하시겠죠. 이 말은 더 큰 선이 있다면... 작은 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말은 다양하고 독특한 선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측량될 수 있어야 하고 비교 될 수 있어야 하지요. 이것이 바로 윤리 위원회에서 우리들이 하는 일입니다."

 

 목소리가 열정적으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억제된 환희가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우리들은 재단이 하는 모든 일과 그 도덕적 비용의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용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그것들의 가치를 반드시 알아야만 합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박사님? 이 말은 우리는 재단이 무슨 일을 하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수정되고 말소된 모든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글자 하나까지요."

 

 존이 간신히 입을 열어 물었다.

 

 "[ 데이터 말소 ]...에 대해서도 말인가요?"
 "그래요, 저희들은 SCP-447-2가 시체와 접촉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 지도 알고 있습니다. 맞아요, 110-몬탁 절차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있고요. 저희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디자인한 인물들 중 하나니까요."

 

 110-몬탁 절차. 존이 재단의 연구진으로 채용되었을 당시 견학이라는 명목으로 딱 한 번 본 적이 있는 격리 절차였다. 그때 존과 동행했던 신참들은...하나같이 구토를 했다. 안내원 역할의 박사들과 격리 절차를 수행중이던 요원들은 눈 하나 깜짝 않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기록하거나 속엣것을 게워내는 그네들을 보며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존은 또다시, 안에서 치밀어오르는 토기를 참지 못하고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회의장 안에서는 존이 우욱, 웩 하고 속에서 역류하는 것들을 뱉어내는 소리만 질척거리며 울렸다. 안시아가 토하는 존을 보며 드물게 인상을 찌푸리더니 몸을 숙여 마이크로프트에게 속삭였다.

 

 "원하신다면 지금이라도 인사조치를 철회하셔도 됩니다. 왓슨 박사가 입을 놀리고 다니는 것이 걱정이긴 하지만...아, 마침 오늘이 D등급 요원 처리일자와 겹치니 소각장으로 이송시킬까요?"

 

 아무렇지도 않게 소각 운운하는 안시아에게 마이크로프트가 자못 자애로운 태도로 말했다.

 

 "아니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일반적인 반응이에요. 아마 점심 직후에 이 만남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제 생각엔 말이죠-자, 왓슨 박사님께 수건을 새로 갖다드리도록 하세요. 물도 한 컵 떠다드리고요."

 

 상황이 어느정도 진정이 되고 나서의 존의 안색은 해골처럼 해쓱해져있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눈 아래가 푹 패여 그늘까지 진 것을 전혀 내색하지 않으며 마이크로프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박사님은 이제 적극적으로 연구에 참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박사님은 본인이 일반적인 연구원이라고 생각하셔도 괜찮습니다, 한 프로젝트에서 다른 프로젝트로 옮겨 다니고, 한 사이트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고, 마음대로 말입니다. 이건 비밀이 아닙니다. 박사님은 자유롭게 박사님의 친구분들께 박사님이 윤리 위원회로 전근가게 됬다고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만약 그 농담들과 동정을 견뎌내실 수 있다면요."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그러나 존은 웃지 않았다. 의자에 몸을 늘어뜨리고 어서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처럼 조용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박사님은 연구를 관찰하시고, 참가자들과-자신에게-물어보시면 됩니다. 이 실험이 행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해서요. 박사님이 느끼시기에 어떤 점이라도 무언가가 과도하다거나, 불필요하다거나 잘못되었을시에는, 저희에게 알려 주십시오. 그러면 저희는 관계자들을 소환해서 그들에게 질문 할 것입니다. 박사님의 동료들이 조롱했던 온화하고 효과없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러고는, O5에 내려가는 보고는 걸러내 질겁니다, 저희 관료제의 많은 단계를 거치면서요. 그리고 저 비윤리적인 사람들은 징계받고 그 기록이 영구적으로 남겨지겠지요. 아니면 감봉당하던가, 강등당하던가. 아니면 다른 프로젝트로 전근처리 될겁니다."

 

 마이크로프트는 한 박자 쉬었다가 말했다.

 

 "어쩌면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한 혐의로 총살 당할 수도 있지요."

 

 살짝 윙크를 곁들이며 말하는 것에 존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익살이랍시고 던지는 말에 다시금 구역질이 났다. 존의 눈동자에 떠오른 어렴풋한 혐오의 기색에도 마이크로프트는 나지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세번째 교훈입니다. 기억하세요. SCP재단의 'P'는 '보호하다(Protect)'를 상징합니다. 재단은 인류를 SCP로부터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재단을 그 자체로부터 보호하지요. 우리는 재단이 하는 일 중에 어떤 것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을지 판단합니다. 우리는 악의 균형을 대체적으로 잡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악은 최소화될 겁니다."

 

 얼음장같은 침묵이 내리깔렸다. 존은 마이크로프트가 말을 다 마쳤다는 것을 잠깐동안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같았다. 불안하게 눈을 깜박거리던 존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마지막 단말마처럼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저는...저는...!"

 

 무어라고 말하려는 존에게 마이크로프트가 진하게 미소지으며, 또박또박 말했다.

 

 "안됩니다, 박사님은 위원회에 들어오시는 것에 대해서 선택권을 행사하실 수 없습니다."

 

 아아...하고 한숨처럼 탄식하며 존 왓슨이 다시 의자에 주저앉는 것을 보고, 마이크로프트 또한 숨을 내쉬었다. 희열의 여운에 젖은 목소리로 그가 나직이 읊조렸다.

 

 "...그래요, 아이러니 한 것은 사랑스럽지요, 그렇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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