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인/레드존제인

 

 

 리스본은 결국 제인의 끈질긴 추궁과 협박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이야기해주지 않은 채 제인과 헤어졌고, 제인은 소득 없이 조의 집으로 돌아갔다.

 

 "어딜 갔다 오는 겁니까?"

 

 마침 샤워를 끝내고 욕실에서 나오던 조가 집으로 돌아온 제인을 보고 물었다. 제인은 평상시의 구렁이 담 넘어가듯 가벼운 어조로 대답했다.

 

 "리스본네 집에 다녀왔지 뭐."

 

 반장님 상태가 안 좋지 않던가요, 라면서 머리의 물기를 수건으로 턴 조는 방으로 들어갔다. 제인은 그런 그의 반응을 보고서 조는 지난밤의 일을 기억 못하는 게 확실하다고 단정했다.
 제인이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는 사이 갑자기 조가 문 밖으로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는 말했다.

 

 "제인, 점심은 먹었습니까?"
 "아니?"
 "뭐라도 좀 먹으러 나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조의 말투가 드물게도 강권하는 말투라는 것을 눈치 챈 제인은 속으로 궁금증을 품었지만 지금은 식사를 챙기는 것 말고 더욱 중요한 일이 있었다.

 

 "아니, 오늘은 잠깐 집에 들렀다 와야겠어. 늦어도 밤이면 다시 돌아올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집에 들렀다 온다는 말에 조는 뭔가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제인이 곧바로 책상에서 수첩과 펜을 챙겨 나가는 모습에 별 말은 하지 않고 다시 방 안으로 쏙 들어갔다.

 

*

 

 일요일 아침이다. 지난 밤 조가 잠이 들 때까지 집으로 되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제인이 밤사이에 돌아와 있었다. 그의 옆에 제인이 곤히 잠들어있는 모습을 본 조는 저도 모르게 살짝 제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는 와이셔츠만 입고 고개는 조 쪽으로 돌린 채 엎드려 자고 있었다. 그가 가장 아끼는 물 빠진 군청색 양복 재킷은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보이지 않았고 베스트는 침대 발목 부근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다. 조는 제인의 긴 눈의 금빛 속눈썹을 지그시 쳐다보다가 그의 머리카락 쪽으로 손을 옮겼다. 조가 정식으로 고백하고 사귄 지 두 달은 된 것 같은데, 그 사이 뭔가 이렇다 할 스킨십이 부족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는 아쉬운 마음에 배게 위에 흩어진 제인의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제인이 세상모르고 자는 틈을 타 손가락 사이로 배배 꼬며 만져댔다.
 제인이 조가 자신의 머리칼을 만지작대는 것을 느꼈는지 천천히 눈을 떴다. 눈꺼풀의 깜박임에 따라 그의 연한 바닷물 빛깔의 눈의 초점이 서서히 잡혀갔다.

 

 "조...뭐하는 거야?"

 

 조는 아무 말 없이 제인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었다. 제인은 잠이 덜 깬 눈으로 후후 웃으며 조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었다.

 

 "따뜻해..."

 

 제인이 머뭇거리다가 조의 허리에 손을 살짝 걸쳤다. 조는 그것만으로도 가슴 한켠이 뭉클해져 오는 것 같았다.

 

 "어제 몇 시에 온 겁니까."
 "모르겠어...세 시? 네 시? 그쯤이었을 거야..."
 "뭘 하다 그렇게 늦게 온 거예요..."

 

 나른하게 늘어지는 제인의 대답에 조의 목소리도 덩달아 늘어졌다. 제인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것이 허리께에 느껴졌다.

 

 "생각을 해야만 했어."
 "무엇에 대해서요?"
 "이것저것, 살다 보면 깊은 생각을 해야만 하는 일이 있잖아."
 "그 생각 해야만 하는 일 중에 하나에 저에 관한 것도 있었겠죠."
 "부인할 수는 없네."

 

 조의 말에 제인이 대꾸하고는 키득키득 웃었다.

 

 "돌아왔다는 건 제게 희망이 있다는 뜻이네요."
 "조는 너무 눈치가 빨라."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얼굴을 끌어당겨 키스하기 시작했다.

 

 깊숙하게 혀가 엉킴과 동시에 조는 제인의 와이셔츠를 거의 찢듯이 열어젖혔다. 조가 제인의 유두를 핥으려 고개를 아래쪽으로 숙이자 그제야 조에게서 끈질기도록 깊은 키스를 받고 있던 제인의 입술이 해방되었다. 제인은 숨차하며 말했다.

 

 "이러다가 죽겠어..."

 

 조는 유두를 자근자근 깨물며 말했다.

 

 "자제하겠습니다."
 "아니, 자제하라는 건 아냐, 절대...아..."

 

 제인이 흥분된 신음소리를 내자 조가 피식 웃고는 다른 쪽 유두를 손가락으로 살살 매만지며 말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겁니까."

 

 제인의 유두에서 입을 떼지 않은 채로 조가 말하자 그의 입술이 미묘한 감촉을 피부에 남겼고 제인은 그 간지러움에 허리를 살짝 비틀었다.

 

 "어쩔 수 없잖아, 그렇게 키스를 잘 하는걸. 흐읏, 지난번에도 느낀 거지만..."
 "지난번이라고요?"

 

 조가 제인의 가슴에서 입을 떼고 물었다. 제인이 대답했다.

 

 "그저께...아니 어제 새벽에 나랑 키스한 거 역시 기억 안 나나보네?"

 

 그 날은 제인의 귀환 기념으로 리스본을 위시한 전 팀원들이 거하게 한 잔 걸친 날이었다. 어쩐지 다음 날 일어날 때 숙취도 심하지 않더라니, 제인과의 키스 덕분이었나, 라는 정신나간 생각이 언뜻 들었다.

 

 "술에 취했을 때의 제 키스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그 때가 더 나았던 것 같아."

 

 잠시 잦아든 애무에 여유가 생긴 제인이 농담을 던졌고 조는 이렇게 응수했다.

 

 "분발해야겠네요."

Posted by 에스MK-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