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인/레드존제인

 

 

 정신을 잃은 제인이 다시 깨어나길 리스본을 비롯한 팀원들은 끈질기게 기다렸지만 제인은 비정상적으로 긴 시간 동안 잠만 잤다. 거의 죽은 것처럼 보이는 가느다란 호흡과 창백한 안색의 상태의 제인을 둘러싼 팀원들은 모두들 걱정이 태산이었다.
 약 서른여섯 시간 동안의 수면 이후 제인은 의식을 회복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상태는 이상했다. 병실의 침대에 얌전히 누운 제인의 눈은 종종 안구의 수분을 보충하기 위한 최소한의 깜박임 외에는 보여주지 않았고 입도 굳게 다물려 있었다. 마치 크리스티나를 발견했을 때 그녀에게서 보이던 증상과 같았다. 리스본은 제인의 이런 상태를 곧바로 의료진에게 알렸다.
 몇 가지 검진이 끝나고 의료진은 리스본을 비밀리에 불렀다. 리스본은 조를 동행한 채로 의사와 대면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지난번 크리스티나 프라이 양의 상태와 상당히 일치한다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군요."
 "그럼 회복이 불가능한...건가요?"
 "프라이 양도 현재까지 상태가 나아진 점이 없으나, 사람마다 트라우마의 극복 능력은 다릅니다. 그 점에 희망을 걸어보시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제인이 겪은 사건은 아무래도 CBI 관계 처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었다. 의사의 말에서는 아무래도 제인에겐 더 큰 트라우마가 있으니 이번 트라우마를 극복해낼 수 있을 거라는 뉘앙스를 짙게 풍기고 있었다. 결국 별다른 대안을 제시받지 못 한 채로 진료실을 나서는 리스본을 의사가 붙잡았다.

 

 "그리고 리스본 반장님께 은밀히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제인의 상태에 관련된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럼 이 사람도 들어도 괜찮습니다. 어서 말씀해보세요."

 

 조가 위압적으로 팔짱을 끼고 자리에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을 연신 흘깃흘깃 보며 의사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제인 씨가 납치를 당한 동안, 성적 학대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뭐라고요?!"

 

 조가 갑자기 크게 소리치자 리스본도 의사도 깜짝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 조는 화난 기색을 억지로 가라앉히며 그들에게 말했다.

 

 "계속하시죠."

 

 리스본은 갑자기 리스본 자신보다도 더 흥분한 기색의 조를 미심쩍은 듯이 한 번 돌아보았으나 사안이 사안인지라 다시 의사를 향해 부연 설명을 촉구했다.
 의사는 이런 것을 일일이 설명하는 상황이 민망했는지 얼굴을 붉히고 중간 중간 헛기침을 섞어가며 정황증거와 제인의 신체 검진 결과를 들어 설명했다. 이 정도쯤이면 가능성이 높은 정도가 아니라 확실하잖아, 라는 생각을 하며 리스본은 열에 뻗친 머리로 간신히 생각을 정리하고는 쿵쾅대는 발걸음으로 진료실을 빠져나왔다.
 리스본 못지않게 침통한 기색의 조에게 리스본은 당부했다.

 

 "방금 들은 이야기는 함구해. 너의 입이 충분히 무겁단 걸 믿는다. 나는 본부에 들러서 국장님과 면담을 하고 와야하니 그동안은 네가 제인의 병실을 지키도록."

 

 리스본은 지시를 쏟아내고는 화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병원 복도를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그녀가 입 안으로 욕설을 씹어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조는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과연 자신이 제인의 얼굴을 보고서도, 지금의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억제할 수 있을지가 걱정되었으나 그는 일단 병실로 들어갔다.


 일견 평온해 보이는 제인의 모습에 조는 오히려 맥이 빠진 채로 침대 옆의 철제 의자에 풀썩 앉았다. 제인은 환자복을 입고 간호사가 덮어준 이불의 형태를 그대로 둔 채 두 눈을 간간히 깜박거리며 가만히 누워있었다.
 조는 아무렇게나 놓인 제인의 손을 찾아 쥐었다. 답답한 마음에 손을 강하게 쥐어도 제인은 반응이 없다. 조는 침대 위로 고개를 숙여 제인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그렇게 길고도 짧은 시간이 흘렀다.

Posted by 에스MK-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