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존]Phone sex

2013. 12. 1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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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존]술 권하는 탐정

2013. 12. 1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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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존]메로나

2013. 12. 1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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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존]Artificial baby

2013. 12. 1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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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마]근친상간

2013. 12. 1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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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존]Being a Papa

2013. 12. 11. 23:09 from BBC Sherlock/단편

셜록존/임신물

 

 

 지하철 안은 언제나 그렇듯이 적당히 어수선했다. 지나치게 조용한 것도, 눈살을 찌푸릴 만큼 시끄러운 것도 아닌, 딱 귓가에 아른거릴 정도의 소음이 뱅글뱅글 맴도는 정도였다. 그러나 다음 정거장에 멈춰선 순간 지하철 안으로 이색적인 커플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반전되었다.
 문이 열리고 성큼 안으로 들어온 장신의 남자가 매의 눈으로 좌석을 스캔하더니 빈 자리를 찾고는 입을 열었다.

 

 "존! 존! 존!"

 

 이름을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불러제끼는 검정머리의 키 큰 남자를 향해 승객들의 눈길이 쏠렸다. 그리고 뒤이어 들어오는-그 남자가 연신 불러대는 '존'이라는 남자에게도.

 

 "시끄러워, 셜록."

 

 대답한 남자-'존'-는 펑퍼짐한 점퍼로 가리고는 있었지만 임신한 티가 확연히 나는 몸매의 남자였다. 몸이 무거운지 느릿한 걸음걸이로 차에 올라탄 탁한 금발의 남자는 노약자석에 하나 난 빈 자리 바로 앞에서 버티고 서서 자신을 부르는 남자-'셜록'-를 부끄럽다는 듯이 흘겨보았다. 상황은 명백했다. 임신한 아내-여기서는 남편-를 자리에 앉히려는 팔불출 남편이 소란을 떠는 것이었으니까. 커퀴를 어지간히 증오하는 솔로부대의 일원이 아니라면 다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넘어갈 일이었다.
 하지만 셜록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지도 않는 것인지 존을 향해 계속해서 크게 소리치는 것이었다.

 

 "빨리 앉아!"

 

 존은 쪽팔린 나머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난 됐어."
 "빨리! 누가 앉기 전에."

 

 여전히 목소리를 높여 말하는 셜록에게 존이 그의 목소리를 낮추려 검지를 입술에 갖다대며 조용히 주변 상황을 환기시켰다.

 

 "지금 서 계신 분들 안보이냐?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으신 분들인데..."

 

 이번에는 셜록이 미간을 찡그리며 뭐라고 하려는데 다행히도 개중의 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러지 말고 총각이 앉어. 보니까 산달이 가까워오는 모양인데 당연히 몸조심해야지."
 "그랴 그랴. 홀몸도 아닌데 말이여. 홀홀홀."

 

 거듭된 독려에 존은 민망하다는 웃음을 지으며 그제야 셜록이 맡아둔 자리에 가 앉았다. 존이 자리에 앉자 셜록은 마치 큰 공이라도 세운 듯 씩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존은 셜록의 예상과 달리 그를 칭찬한다던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준다던가 하는 대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셜록을 올려다보는게 아닌가.

 

 "너 자꾸 쪽팔리게 그럴래?"

 

 확실히 칭찬과는 거리가 먼 존의 말에 셜록이 미소를 지웠다. 하지만 뻔뻔스런 기색은 가시지 않았다.

 

 "뭐가?"

 

 존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면식도 없는 사람들한테 널리 퍼뜨리고 싶진 않다구. 게다가 노약자석에 내가 앉으면 욕할 게 뻔한데..."

 

 말을 흐리는 존에게 셜록이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 아이를 가진게 부끄러워?"

 

 셜록은 자신에 말에 존이 그런게 아냐, 라고 대답하면 그럼 됐지 뭘, 하고 대꾸하는 것으로 이 상황을 종식시키려 했다. 하지만 존 왓슨이란 남자는 괜히 셜록의 플랫메이트이자 하나뿐인 친구이자 배우자가 아니었다. 셜록이 어떤 속셈을 가지고 그런 난감한 질문을 던졌는지 빤히 파악한 존이 단호하게 말했다.

 

 "또, 또. 논점 돌리지 마."

 

 셜록이 입을 꾹 다물었다. 존이 말했다.

 

 "난 네가 노인분들 앞에서 내 자리를 맡아줄려고 법석 떨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라구. 자리가 나면 앉으면 그만이고, 자리가 안 나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다소 부드럽게 말하는 것에 셜록이 슬몃 미소지으며 뭐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존의 어조가 바뀌었다.

 

 "그리고 너 아까 아주머니랑 아저씨들한테 뭐라고 하려고 했어?"
 "...아무 말도."
 "거짓말하지 마."

 

 역시 셜록의 속내를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환히 파악하고 있는 존이었다. 존의 공세에 셜록은 내키지 않는 척하며 술술 말을 토해냈다.

 

 "아주머니가 무릎에 붙이고 있는 트라스트는 아직 시효가 35시간이나 남은데다가, 관절염으로 착각하고 있는 무릎 통증은 관절때문이 아니라 배에 더덕더덕 붙은 살때문이고, 할아버지는 반대로 뭘 좀 먹어서 살을 찌워야 힘이 좀 날거라고 하려고 했지. 같은 지하철 칸에 탄 두 노인 중 한 명은 철저한 지방 위주의 식단을 고수하고 나머지 한 명은 엄격한 채식 식단을 지키는게 참 웃기지 않나? 보아하니 채식주의자인 모양인데 노년에 고강도 채식 다이어트를 하면서 단백질을 부족하게 섭취하면 당연히 다리가 아플 수밖에 없으니까,"

 

 점점 가관으로 치닫는 셜록의 말에 황급히 셜록의 입을 막으며 존이 속삭였다.

 

 "너 그런 말 진짜로 하면 큰일나!"
 "왜?"

 

 가끔 보면 자신보다도 세상물정을 모르는 셜록에게 존이 조근조근 설명했다.

 

 "너도 인터넷 검색 순위같은거 보잖아. 지하철에서 잘못 행동했다간 신상 털리고 난리난다고. 너도 아까 네가 하려고 했던 말 그대로 했으면...음...지하철 패륜남이라거나, 그렇지 않으면 나까지 도매금으로 얽혀서 지하철 패륜부부, 뭐 이렇게 소문나면 어떡해."

 

 한참 입을 놀리던 존은 왜 자신이 이런 걸 셜록에게 설명해주고 있어야 하는지 기가 막혀 적당히 설명한 후 입을 다물었다. 셜록은 대강 납득한 눈치였다. 하지만 셜록은 여전히 입만 살아서는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택시 타자고 했잖아."
 "요즘 택시비가 얼마나 비싼데. 요즘 나때문에 수사 자문 일도 줄여서 돈도 없잖아."

 

 셜록은 자신에게 평생 존을 먹여살릴 돈이 있고 설사 모자라다고 해도 마이크로프트에게 뜯어(?)내면 된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런 말을 꺼냈다간 존이 자신을 나무라거나 믿지 않을 것이 뻔했으므로 현명하게도 입을 다물었다. 그 사이 존이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이렇게 운동을 해주는게 뱃속 아이에게도 도움이 된다니까. 엄마가 게으르면 뱃속 아이도 닮는다구."
 "내가 아이를 낳는 쪽이 아니라서 다행이군."

 

 존의 말에 셜록이 농담기를 섞어 받아쳤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너 맨날 집에서 앉아만 있거나 누워만 있잖아."

 

 그러나 존은 그 말을 농담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진심으로 그렇게 대꾸하는 존에게 약간 부아가 치밀려고 하는데 존이 하하 웃으며 셜록을 다독였다.

 

 "농담이야 셜록. 흠...네가 애를 낳는 쪽이었으면 애가 쪼오끔(존은 이 수식어를 강조하려고 노력했다)게으를지는 몰라도 똑똑하긴 했을 거야, 그치? 그건 좀 아쉽다."

 

 셜록은 존에게 별 걱정을 다 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너와 나의 아이라면 똑똑하든 앤더슨같은 바보 멍텅구리같던 대환영이라고도 말해주고 싶었다. 물론 앤더슨 급의 멍청이라면 앞으로 피곤하겠지만-반대로 놀려먹는 재미는 있겠지. 동시에 가르치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려는 찰나 존이 지하철 안의 전광판을 보고 몸을 일으켰다.

 

 "아 이제 환승해야 돼! 가자 셜록....윽."

 

 존이 몸을 일으키다가 휘청 하며 다시 주저앉았다. 깜짝 놀란 셜록이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

 

 "존! 무슨 일인가!"

 

 존이 부들부들 떨며 입을 뻐끔거렸다. 셜록이 어깨를 붙잡으며 괜찮아? 괜찮아? 하고 묻자 존이 간신히 목소리를 내어 말했다.

 

 "...터졌어."
 "뭐가!"

 

 셜록이 소리치자 존이 제발 소리치지 말라는 듯 한쪽 손을 들어올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양수가...터진 것같아..."

 

 존의 입가에 몸을 숙이고 있었던지라 모기만한 소리로 흘러나오는 존의 목소리를 용케도 들은 셜록은 급히 몸을 일으켰다.
 뭘 어떡해야 하지?!
 순간적으로 패닉 상태에 빠진 셜록은 답지 않게 수 초간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다가 옆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일단의 승객들의 재촉에 정신을 차렸다. 일단 역에서 내려야겠다는 생각에 셜록은 조심스럽게 존을 안아들고 전철에서 내린 후 빈 벤치에 존을 눕혔다. 배를 부여잡고 신음하고 있는 존의 아랫도리가 양수로 흠뻑 젖어있었다. 셜록은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도 간신히 핸드폰을 꺼내들어 구내 응급의료지원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뚜르르 하는 신호음이 몇 차례 울리다가 여자의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셜록은 몇 초간 입술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간신히 입을 열어 사정을 설명했다. 전화는 끊기고 셜록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전화를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혼자서 덩그러니 멈춘 채로 그의 주위 풍경만 바쁘게 팽그르르 도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이었다.
 곧이어 도착한 구급팀 모두가 합세해서 존을 구급침대에 눕혔다. 빠른 속도로 구급 침대를 밀어 병원으로 향하며 셜록은 속으로 그가 외치리라고 생각도 한 적이 없는 신음성을 흘렸다.
 오 갓.

 내가 아빠가 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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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스MK-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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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존]Clock-ticking Alligator

2013. 12. 1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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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셜]Police Line 1~2

2013. 12. 11. 23:01 from BBC Sherlock/단편

레셜/중편예정/미완

 

 

 이런 날은 정말 싫단 말이지, 하면서 레스트레이드는 혀를 찼다.
 바야흐로 겨울로 접어드는 십이월 초였다. 겨울의 도입부라는 것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비인지 진눈깨비인지 알 수 없는 것이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습기때문에 안개가 김을 피워올리듯 잔뜩 끼어있는 어두운 하늘을 짜증스럽게 쳐다보자 약올리듯 레스트레이드의 콧잔등에 차가운 서리 조각 하나가 내려앉았다. 진저리를 치며 코를 쓸어내리고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고선 그는 사건 현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이미 빗물이 고일 만큼 고여 어두운 색깔의 물이 거칠게 갈린 콘크리트 바닥을 지나 하수구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한 현장을 멀찍이서 본 레스트레이드는 다시 한 번 혀를 찼다. 아주 깔끔하게 씻겨내려갔겠구만, 하면서 그는 사후 조치가 신속하지 못했던 이들을 원망했다. 미량 증거는 말할 것도 없이, 여타 다른 증거들까지 저 빗물에 죄다 쓸려내려갔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지만 어쨋든 사건 수사는 해야 했다. 그게 경찰의 일이니까. 레스트레이드는 낡아빠진 구두 뒷굽을 습관적으로 바닥에 쓱쓱 문지르고 어둠속에서도 노랗게 빛나는 폴리스 라인을 향해 성큼 다가섰다.
 폴리스 라인을 막 넘으려던 그는 노란 비닐 테이프가 이루고 있는 경계선에 달라붙어있다시피 서있는 한 소년을 발견했다. 현장에는 항상 날파리가 들끓는다. 단어 그대로의 의미이든 비유적인 의미이든 간에 말이다. 보나마나 경찰이 우글거리는 것을 보고 여기서 무슨 일이라도 났나 싶어 달려온 할 일 없는 아이겠지 싶어 다시금 짜증이 치솟았다. 통신 기기에까지 촬영 기술이 도입된 요즈음에는 저런 아이 하나도 우습게 보면 안된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찍어서 유투브인지 뭔지에 올려서 경찰을 엿먹일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생각을 하니 절로 일그러지는 미간을 펴려고 노력하며 레스트레이드가 소년을 향해 소리쳤다.

 

 "어이! 여기 있으면 안돼! 저리 가라."

 

 레스트레이드의 외침을 들은 소년이 그를 돌아보았다. 고개를 돌린 소년의 얼굴은 창백하니 하얬다. 오래도록 비 아래에 서있었는지 그의 푹 젖은 검은 머리카락에서 빗물이 똑똑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떨어진 빗방울은 가로등 빛을 반사하며 여민 코트의 가슴팍에서 또르르 굴러내려갔다. 사이즈가 넉넉하다 못해 펑퍼짐하게까지 보이는 코트 자락을 걸친 그를 찬찬히 살펴보니 한창 성장기임을 드러내는 가늘고도 길쭉한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키만 먼저 껑충 큰 듯, 아직 몸무게와 근육량이 따라주지 못해 아직은 균형이 덜 잡힌 몸이었지만 레스트레이드는 소년이 자라면 적당히 큰 키에 날렵한 근육이 잡힌 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소년은 유난히 날카롭게 빛나는 눈으로 되려 레스트레이드를 빤히 쳐다보았다. 레스트레이드는 속으로 허 하고 감탄했다. 보아하니 아직 어린 나이에 불과한 소년인데 그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기상천외한 사건으로 단련된 경찰의 눈빛을 받아내는 것을 보니 레스트레이드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철없는 꼬마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사건은 사건이지, 라고 속으로 되뇌며 레스트레이드가 소년에게 손을 휘저으며 소리쳤다.

 

 "귀 먹었냐? 여긴 너같은 꼬마들이 드나들 곳이 아냐."

 

 살인 사건의 현장이란 말이다-라고 덧붙이려던 레스트레이드는 뒷말을 삼켰다. 언제 냄새를 맡은 기자들이 몰려올지 모르는 일이기에 섣부른 언급은 삼가야 했다. 게다가 살인 사건이라는 것을 밝히면 안그래도 집요해보이는 소년이 더욱 신나서 돌아가지 않으려고 버틸 가능성도 있었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란 으레 흥미가 가는 것을 무턱대고 쫓아가게 마련이니까.
 소년은 레스트레이드의 외침에도 폴리스 라인에서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서왔다.

 

 "가봤자 이미 늦었어요."

 

 그래, 이미 늦었다. 하필이면 현장을 발견한 경관이 마침 이 구역에 새로 배속된 애송이에 불과했던지라 내리는 비에 차양막도 없이 현장을 방치했으니 말이다. 소년이 그것을 어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알고 사실을 지적하는 것은 레스트레이드의 짜증을 돋울 뿐이었다.
 레스트레이드는 손을 휘휘 저으며 소년에게 재차 말했다.

 

 "오냐, 알았으니 이만 가보거라. 계속 얼쩡거리면 네가 용의자가 된다고."

 

 별 생각 않고 내뱉은 말이었지만 순간 레스트레이드는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범인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현장을 보러 돌아온다는 속설이 있지 않은가. 또는 범죄 현장 근처에서 돌아다니며 태연하게 경찰들의 목격자 심문에 응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그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시에 소년이 입을 열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전 범인이 아닙니다. 아마 범인의 프로파일링과 저를 대조해보면 전혀 맞지 않을 걸요."
 "글쎄, 프로파일러를 교란했을 수도 있지 않나?"

 

 레스트레이드는 소년의 말에 응수하면서도 속으로는 이미 소년을 용의자에서 제외하고 있었다. 맹랑한 저 소년의 말대로, 소년은 용의자의 프로파일링 범주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일단 키에서 차이가 났고, 소매 아래로 보이는 소년의 하얗고 부드러운 손을 보니 범인이 낸 정도의 완력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할 것 같았다. 밤낮으로 공부만 했을 학생이 이 사건의 범인일 리는 없었다.

 

 "이미 당신도 제가 범인이 아니리라고 생각하고 계시잖습니까. 제가 진눈깨비가 쏟아지는 여기에서 계속 기다린 이유는 경사님을 도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소년의 말투가 나이답지 않게 무뚝뚝한 것이 무척이나 레스트레이드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지만, 한 가지는 인정해야 했다. 그에게는 모종의 통찰력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폴리스 라인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소년에게 말려들어가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지만 이미 사건 현장을 분석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빌어먹을 비 같으니라고, 라고 레스트레이드는 생각했다. 아까부터 또박또박한 말투로 말하는 소년의 말에 조금 더 대꾸해준다고 해서 뭔가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레스트레이드가 소년에게 물었다.

 

 "내가 경사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소년은 레스트레이드의 추궁에 참 쓸데없는 질문을 하시는군요, 하고 중얼거리고는 한숨을 푹 쉬더니 말했다.

 

 "다른 경찰들은 당신이 오기 전까지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시피 하더군요. 기본적인 절차를 이행하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죠. 그러니 그들은 상급자의 현장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당신이 오자마자 저들은 갑자기 우왕좌왕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죠. 그럼 당신이 저들의 상급자라는 겁니다. 경감급의 인사가 이런 현장에, 그것도 비오는 우중충한 날에 직접 행차하실리는 없을테고요. 그러니 경사님이죠. 틀렸나요?"


 "아니, 맞아."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소년의 말에 홀린 듯 대꾸하면서도 레스트레이드는 부하놈들을 한 번 호되게 질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년은 또다시 그의 생각을 꿰뚫어본듯이 말했다.

 

 "당신이 그들에게 주의를 준다고 해봤자 당신에 대한 불만만 늘어날 겁니다. 경감도 아닌 주제에 잘난척 잔소리를 늘어놓는다고 뒷담화를 할 공산이 크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그건 경사님이 알아서 하셔야죠. 제가 '위엄있는 경사가 되는 50가지 방법'같은 걸 쓴 사람도 아니고."

 

 레스트레이드가 미심쩍은듯 물었다.

 

 "그런 책도 있냐?"
 "있을 리가요."

 

 무기질적인 무표정만 고수하고 있는 주제에 유머 감각은 꽤나 갖춘 모양이었다. 레스트레이드는 무섭게 굳히고 있던 표정을 조금 풀고 큭큭 웃었고 소년도 피식 웃었다.
 어쩐다.
 소년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흠잡을 데 없는 논리적인 말을 듣자 소년의 말대로 사건 현장으로 들여보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것처럼 오리무중인 사건의 향방을 생각해보면 정말 그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나 난생 처음 보는 소년을, 조금 친해졌다는 이유로 현장으로 들여보낼 순 없는 법.
 레스트레이드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 말했다.

 

 "어쨌든, 현장엔 못 들어온다. 일반인은 절대 출입금지. 자, 이제 그만 가봐라. 감기 걸리기 전에."

 

 눈에 힘을 주고 거듭 말하며 소년을 몰아내는 것에 소년은 다소 불만스런 기색이었지만 끈질기게 달라붙어있었던 것이 무색하게 순순히 폴리스 라인에서 떨어졌다. 선선히 발을 돌려 도로 저 편으로 걸어가는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레스트레이드는 약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폴리스 라인을 들추고 현장으로 향했다.

 

*

 

 "또냐!"
 "네. 아주 부지런한 녀석이예요."


 후임 녀석의 말을 들으며 레스트레이드는 경찰차 문을 벌컥 열고 차에 올라탔다.

 

 "일부러 노린 건지 이번에도 비가 온 날씨를 골라 살인을 저지른 것 같습니다."
 "지난번처럼 흔적 다 놓치기 전에 먼저 증거 채취부터 하라고 그래."

 

 옆에 함께 차에 올라탄 남자의 말에 레스트레이드는 단호하게 지시했다. 남자가 현장에 파견된 경찰들에게 전화하는 것을 들으며 그는 차창 밖을 쳐다보았다. 굼벵이 기어가듯 움직이는 차들. 비가 오면 항상 이렇다. 범인은 이런 효과도 부수적으로 노린 것일지도, 라고 그는 생각했다.
 지난 번 사건이 있은지 겨우 일 주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다시 같은 형태의 살인이 발생했다. 마치 보란 듯이 가슴팍에 난도질을 한 사체.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온 몸에는 물을 한 바가지씩 퍼부어놓는다. 교묘하게도 CCTV의 사각에서 저지른 범죄이다. 연쇄살인마들이 대개 그렇겠지만 이놈도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놈이 분명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건을 돌이켜보자니 문득 두 번째 살인의 현장에서 보았던 소년을 떠올린다. 이번에도 나와있으려나.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소년은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했었다. 그 말을 믿어볼 걸 그랬나 싶어 레스트레이드는 입맛을 다셨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현장에 도착했는지 차가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춘다. 차 문을 거칠게 열고 화풀이라도 하듯 쾅 닫으며, 레스트레이드는 폴리스 라인이 둘러진 현장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현장 근처가 유난히 시끌벅적하다 싶더니, 달갑지 않은 불청객들이 가득하다. 레스트레이드가 도착한 것을 보더니 기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몰려들어 마이크를 들이민다.

 

 "벌써 세 번째 사건인데 범인은 아직인가요!"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말해주세요!"

 

 무턱대고 내미는 카메라와 음향 마이크에 하마터면 머리를 찧을 뻔한 것을 간신히 팔로 막아냈다.

 

 "수사는 원활히 진행중입니다. 더이상은 노 코멘트입니다."

 

 조금 잠잠해진 틈을 타서 간신히 두 문장을 입에서 내자마자 다시 주위는 시끄러워진다. 더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레스트레이드는 다소 우악스럽게 기자들을 밀치고 폴리스 라인을 넘어갔다.
 이만하면 되었겠지 싶어 뒤를 돌아보는데 뒤늦게 그를 쫓아와 한 마디라도 더 얻어내려던 기자들이 라인 앞에서 멈춰선 기자들을 미는 바람에 폴리스 라인이 허물어졌다. 현장과 주변을 분리해놓으려 붙여놓은 테이프가 비틀거리는 사람들에 밀려 흐늘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틈을 타 현장 안쪽까지 들이밀고 온 기자들이 벌이는 취재 각축전때문에 현장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쉴새없이 터지는 플래시와 와글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두통이 치밀었다. 머리를 감싸쥐며 그는 문득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따갑게 뺨에 꽂히는 시선을 느낀 탓이다. 멀리서 지난 번에 보았던 소년이 조용히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소년의 눈은 확실히 이쪽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쪽의 난장판과는 정반대로 극도로 평온한 기색이다. 마치 허공을 바라보는 것처럼 무감한 그 시선에 약이 오를 지경이다.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은 채 이편을 쳐다보는 소년을 바라보며 레스트레이드는 초조해져 주머니에 신경질적으로 양 손을 찔러넣었다.
 과연 저 아이에게 기대를 걸어도 좋을까.
 용의자는 있으나 프로파일링의 결과와는 일치하지 않는가 하면, 프로파일과 얼추 일치한다 싶으면 알리바이가 확고한 식이니 일주일 전만 해도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팔짱을 끼고 이쪽이 먼저 접근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자신만만한 어린애에게 과연 도움의 손길을 청해야 할지 갈등하며 그는 무의식적으로 발뒤꿈치를 땅에 푹푹 찍었다. 구두 발뒤꿈치가 닳아서 거북한 마찰음을 뱉어낼 때까지 거친 시멘트 바닥에 비벼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레스트레이드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검은 머리의 소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뒤편이 다시 소란스러워진다. 레스트레이드는 거의 통제 불가능으로 소란스러워진 뒤쪽을 보고 눈살을 찌푸린 후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그는 저편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경찰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증거는 전부 수집했나?"
 "네, 일단은..."
 "그럼 저쪽을 좀 정리해보게. 살인 사건의 현장이 이래서야..."

 

 대기하던 경찰들을 손짓해 불러서 현장 통제를 지시한 후 레스트레이드는 소년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또 왔구나."

 

 소년은 레스트레이드의 접근이 당연한 것인양 놀라지도 않았다. 명색이 경사인 자신이 먼저 말을 걸었음에도 당황하기는 커녕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그에게 레스트레이드는 약간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그 때문에 소년에게 하는 말이 온전히 곱게 나가지는 않았다.

 

 "더 이상은 볼일이 없는 줄 알았는데?"
 "경사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도발하듯 던진 말에 레스트레이드가 민망할 정도로 초연한 자세로 답하는 소년에게 답답증이 치민 그는 소년을 다그치려다 말고 심호흡을 한 번 했다. 소년에게 강하게 나가보았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왕 체면을 구기기로 한 김에 좀더 자존심을 굽혀보기로 한 레스트레이드는 소년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조곤조곤 말했다.

 

 "내가 졌다. 네가 뭘 알고 있는지 말해주렴."

 

 결국 숙이고 들어온 레스트레이드를 소년이 빤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가설 뿐입니다. 정확한 건 현장을 직접 봐야 알 수 있어요. 다행히 지난번보다는 현장이 잘 보존되어있으니-"

 

 여전히 아옹다옹하는 취재진과 경찰들이 무리지어 엉켜있는 것을 힐끗 바라보며 소년이 말을 이었다.

 

 "-저들이 더이상 사체에 가까이 다가가지만 않으면 정말 괜찮을 거 같지만요. 어쨌든, 제가 현장을 볼 수 있게 해주신다면 제가 알고 있는 건 다 알려드리지요."

 

 소년의 말에 레스트레이드는 인상을 찡그리더니 난감한 어투로 말했다.

 

 "나도 그렇게 해주고는 싶지만, 일반인이 현장에 출입하는 것은 엄금되어 있어."
 "경찰 관계자의 입회 하에서라면 가능할 텐데요?"

 

 어디서 저런 소리를 듣고 온 것인지 소년은 무척이나 당당하게 말한다. 게다가 이번에는 다소 뻔뻔하게 덧붙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저는 여느 일반인이 아니지요. 수사에 도움이 될 협조 인력이지 않습니까."

 

 그래,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근데 누가 네 입회를 허가해주겠냐?"

 

 레스트레이드의 물음에, 소년은 대뜸 레스트레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이요."

 

 당돌하게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하는 소년을 보며 레스트레이드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지금이라도 소년을 돌려보내야 한다. 그게 절차상 옳은 일이니까. 그렇지만 연쇄 살인-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벌써 세 차례나 일어났고, 경찰 측에서는 아무런 실마리도 잡지 못한 상태다. 말 그대로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처지인 것이다.
 곰곰히 머리를 굴리던 레스트레이드가 툭 던졌다.

 

 "2분."
 "5분."

 

 레스트레이드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단번에 알아챈 소년이 곧바로 대답했다. 레스트레이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돼. 2분."

 

 2분이라는 시간동안 현장에 들어오는 것을 허가한다는 뜻이었다. 소년이 못하겠다고 말하길 은근히 유도한 것이었다. 워낙에 자신있어하는 소년의 태도가 은근히 얄밉기도 했고, 그가 정말로 사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아이라면 그 정도의 시간만 주어진다 해도 가능하겠지, 라는 공산이었다. 레스트레이드는 시선으로 소년의 대답을 재촉했다.
 아니나다를까, 레스트레이드의 기대를 저버리고 소년이 말했다.

 

 "정말이지 까다로우시네요. 좋아요, 2분."
 "딱 2분만이다."

 

 레스트레이드는 그렇게 엄포를 놓으며 폴리스 라인을 위로 들춰주었고, 소년은 살짝 머리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왔다.
 거침없이 사체를 향해 다가가던 소년에게 위생복을 권하려던 레스트레이드는 그 말을 삼켰다. 이미 소년은 대자로 누워있는 시체 곁에 다가가 노련한 사냥개처럼 코를 킁킁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네 옷에서 실밥 안 떨어지게 조심해라."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소년은 레스트레이드가 본 그 어느 때보다 눈을 빛내며 시체를 살피더니,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시체가 누워있는 전경을 살피곤 다시 시체에 달라붙어 휴대용 확대경을 들이대어 보더니 이것저것 뒤지고 만져보기 시작했다. 하는 행동을 보면 유능한 수사관처럼 능숙하고, 신속하고, 정확했다. 그에 소년에 대한 신뢰감이 들기 시작했고, 괜한 짓을 한 게 아니었을까 걱정하던 레스트레이드는 약간 안심이 되었다.
 레스트레이드가 팔짱을 끼고 소년이 하는 양을 빤히 지켜보고 있는 동안 기자들을 다시 폴리스 라인 밖으로 물리는데 성공한 다른 경찰들이 이 묘한 광경을 보고 다가와 말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조용히 좀 시키세요."
 "쉿. 밑져야 본전이야."

 

 소년의 핀잔을 들은 레스트레이드가 검지를 입에 대고 다른 이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다. 마지못해 입을 다문 사람들은 십 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애는 여기서 뭐하는 건데요?"
 "사건에 도움이 되겠다고 장담했으니까, 도움이 되지 않으면 곧바로 내보내면 될 일이야."

 

 말하면서도 줄곧 시계를 흘끗흘끗 보던 그는 소년에게 큰 목소리로 말했다.

 

 "2분 지났다."
 "깐깐하시긴."

 

 레스트레이드가 말하기 무섭게 소년은 툴툴거리면서도 지체하지 않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소득이 없진 않군요."
 "당연히 그래야지."

 

 어깨를 으쓱 하며 말하는 그에게 레스트레이드가 눈을 무섭게 뜨고 을러댔다.

 

 "자, 난 너한테 해줄 만큼 했다. 이제 말해봐."

 

 소년은 시체 바로 옆에서 웅크린 채로 레스트레이드에게 손짓을 했다. 레스트레이드가 순순히 다가오자, 소년은 크게 숨을 들이키고는 피해자의 이모저모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죠. 피해자는 머리를 다듬은지 얼마 되지 않았고 산지 얼마 안된 결혼 반지를 끼고 있더군요. 약지에 끼워져있던 반지를 살짝 벗겨보니 그 아래에는 다른 반지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좀 더 두껍고 굵은, 투박한 구식 디자인의 결혼 반지의 흔적입니다. 이혼하고 재혼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젊어보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보니 재혼한 여자는 이 남자와 상당한 나이 차이가 날 겁니다."

 

 옆에서 소년이 말하는 것을 듣고 있던 경찰 하나가 컴퓨터로 피해자의 신상을 검색해보더니 레스트레이드에게 컴퓨터에 뜬 화면을 보여주곤 그의 귓가에 대고 저 애의 말이 맞아요, 하고 속삭였다. 레스트레이드는 소년의 설명이 적중했다는 것에 내심 놀랐지만 표정을 바꾸지 않고 그의 뒷말을 재촉했다.

 

 "계속해봐."
 "범인은 피해자와 아는 사이입니다. 살해당하기 전에 그는 범인을 따라 순순히 뒷골목까지 따라들어온 듯 보이는데 저항의 흔적이 그다지 없지요. 그게 바로 면식범이라는 증거입니다. 물론 공격을 당하기 시작할 즈음에는 저항을 하긴 했지만...그 이야기는 이따가 마저 하기로 하지요. 결론적으로 이 사람은 살해당한 이후에 뒷골목에서 여기로 옮겨진 겁니다."

 

 여기까지도 경찰 측에서 추측한 정황과 비슷했다. 그의 설명을 듣던 레스트레이드는 소년의 말에서 무언가 하나 거슬리는 것을 느끼고 그 점에 대해 질문했다.

 

 "아까부터 뒷골목, 뒷골목하는데, 그게 무슨 소리지?"
 "여기서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구석에 술집이 하나 있는데, 선인장이라는 이름의 펍이죠. 싸구려 독주를 주로 파는 전형적인 뒷골목 술집이예요. 아마 그 근처에 가면 혈흔이 남아있겠군요. 굳이 증거를 원하신다면-"

 

 소년은 남자의 앞주머니에서 '선인장'이라고 적힌 성냥갑을 쏙 꺼내어 내용물을 열어보이며 말했다.

 

 "안에 성냥이 꽉 차 있는거 보이시죠? 어제 바로 받아온 후 하나도 쓰지 못했지요. 손가락을 보면 니코틴에 절어있는 흔적이 보이는데, 아마 경사님 손가락에도 있는 흔적이니 잘 아실 겁니다. 라이터는 없고, 성냥갑만 있는 골초가 성냥이 가득 든 성냥갑을 남기고 죽었다는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담배를 피우지 못했다는 걸 의미하죠. 이 경우에는 살해당했구요."

 

 이어지는 설명에 얼추 납득한 레스트레이드는 이쯤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좋아. 그래서 가해자는 누군가?"
 "전처입니다."

 

 망설임없이 튀어나오는 대답에 레스트레이드는 잠시 당황하다가 말했다.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한 번 더 남았습니다."
 "뭐가 말인가?"
 "살인이요."

 

 소년은 그렇게 말하고 시신 옆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휘적휘적 걸어가는 소년을 뒤따라가 붙잡은 레스트레이드가 말했다.

 

 "잠깐, 좀더 설명해줘. 네 설명에는 개연성이 없잖아."

 

 팔을 잡혀 멈춰선 셜록이 레스트레이드를 한심하다는 듯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눈은 뒀다 뭐하는 겁니까? 현장을 보니 딱 나오는 걸요."
 "난 모르겠으니 설명해주게."

 

 레스트레이드의 간청에 셜록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휴 하고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반지를 낀 흔적을 보면 자주 뺐다 꼈다 한 흔적이 보일 겁니다. 줄곧 끼고 다녔다면 손가락이 반지의 모양에 맞춰 가늘어졌겠지만 이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고 익숙하지 않은 듯 부어있습니다. 이혼하기 전까지 줄곧 바람을 피웠다가, 바람 상대와 재혼한 거죠. 그리고 이건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저렇게 중구난방으로 난 난도질의 흔적은 십중팔구, 원한이 있다는 걸 뜻하죠. 반지에서 추정되는 피해자의 결혼 생활과 난도질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특성을 종합하면 치정 살인이라는 결과가 나오죠."

 

 레스트레이드가 그의 말에 반박했다.

 

 "전 아내가 용의자 중 하나이긴 해. 그러나 그녀는 용의자의 프로파일과 맞지 않아. 추정되는 용의자의 키는 적어도 180이야. 하지만 그녀의 키는 165가 조금 넘는다고. 게다가 명백하게, 피해자를 완력으로 구속한 흔적이 어깨에 보이잖나. 웬만큼 힘이 센 여자가 아닌 이상 저런 거구의 남자의 어깨를 짓누르고 자상을 입히는 건 불가능해."

 

 소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경사님 말씀이 맞아요. 하지만 그건 공범이 한 짓이죠."
 "공범?"
 "아마 아까 말하신 프로파일에 드러난 신체 특징을 가진 남자가 그녀의 조력자일 겁니다. 여자의 현 애인이라고 사료되는군요."
 "전 아내에게 공범이 꼭 있다고 할 근거는 없어."
 "찌른 자국의 깊이를 재봐요. 신장이 180에 가까운 남자가 찔렀다기에는 얕을 겁니다. 어깨가 으스러질 정도로 눌린 자국과 그 자상의 깊이의 모순을 생각해봐요. 아니, 그것까지 갈 필요도 없지요. 족적! 족적을 보시라고요!"

 

 레스트레이드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소년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당신네 경찰은 족적도 떠놓지 않고 뭐하는 겁니까?"
 "...미안하군."

 

 레스트레이드는 소년의 박력에 밀려 얼떨결에 사과를 하고 말았다. 현장으로 다시 돌아간 소년이 땅바닥의 어느 한 부분을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 핏물 섞인 족적이 아직도 있잖습니까!"

 

 고개를 가까이 가져가보자, 통굽 힐이 밟고 지나간 듯한 흔적이 아직 선명했다. 다행히 비가 오기 전에 핏물이 응고된 덕분인 듯 했다.

 

 "그렇군, 힐을 신고 찌른 건가?"
 "그래요. 내참, 일일히 떠먹여줘야 하는 수준이라니..."

 

 굉장히 기분나쁜 말이 들린 것 같았지만 얻어낸 수확이 수확인지라 못 들은 척 하기로 마음먹은 레스트레이드는 경찰 하나를 불러 바닥의 사진을 찍으라고 지시했다. 레스트레이드에게 지목받은 남자가 허겁지겁 사진기를 꺼내 그 피가 엉긴 발자국을 찍는 동안 레스트레이드가 말했다.

 

 "좋아. 일단 전처의 집에 수사관을 보내서 저 족적과 일치하는 신발을 찾아보도록 하지."
 "아예 지금 같이 가보죠."
 "뭐?"
 "제가 말했잖습니까. 그녀는 한 번 더 살인을 저지를 거라고요."

 

 소년의 말에 멍해진 레스트레이드를 앞서나가며 그가 말했다.

 

 "지금까지의 살인 행각에 도움을 준 공범-그를 죽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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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스MK-2 :